기울어진 운동장서 뛰는 패션기업…수수료 차별 여전
대기업과 해외 명품기업에 월등히 불리
공정위, 상품가격의 1/4은 유통 수수료
2019-10-05 정정숙 기자
백화점과 TV홈쇼핑, 온라인몰 등 모든 유통 채널에서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패션제품이다. 백화점의 경우 남여성 의류와 유아동, 잡화 등 패션제품 수수료율이 22~29% 사이에 형성돼 있다. 가전 및 디지털기기(11~17%), 일반식품(16~18%) 등과 비교하면 최대 18%까지 차이가 난다. 해외 명품기업들과 비교하면 이 격차는 훨씬 크게 벌어진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똑같이 나타난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패션업체들이 일반기업보다 훨씬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 유통 대기업 배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역차별 받는 패션상품 수수료율이 더 내려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백화점·TV홈쇼핑·대형마트·온라인몰 등 19개사를 대상으로 2017년도 판매수수료율 조사 결과를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기업은 1000원 상품을 팔고 백화점에 216원을 실제 판매수수료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판매수수료를 1.7%포인트 높게 낸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실질수수료율(유통업체 수수료에 판촉비 등 기타 추가비용이 포함된 수취액)은 중소기업(23.1%)이 대기업(21.4%)보다 높았다. 대형마트의 경우도 중소기업이 22.3%로 대기업보다 1.8%포인트 높게 부담했다. 명목수수료율(각 품목별 수수료율 단순 평균 값)의 경우 TV홈쇼핑만 2016년에 비해 1.5%포인트(33.2%→31.7%) 감소했다. 백화점은 27%대가 유지되고 있었다.
상품군으로 범위를 좁히면 패션상품의 차별 현상이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은 여성의류에 14~17%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가전·디지털(4~8%), 일반식품(10~11%)과 비교해 많게는 몇 배나 많은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남성의류, 잡화 등 전 패션 품목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해외 기업들은 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해외기업은 국내기업보다 평균적으로 6.7%포인트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적용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석액세서리(9%포인트 차이), 남성정장(6%포인트 차이) 순으로 국내외 간 격차가 높았다.
대형 유통 3사인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은 명품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해외명품은 10%대 초반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해외명품 기업은 한국 기업이 부담하는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백화점이 떠 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카드 수수료 정도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입점 업체 관계자는 “국내 잡화, 남여성복 브랜드 수수료는 실제로 35% 이상을 내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는 평균수수료율 기준이라 보이지 않는 불평등이 많이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들이 이익은 국내기업에서 취하고 그 이익을 해외 브랜드에 돌려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