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봉제·수제화’ 도시형소공인, 하루 일하면 하루는 허탕

극심한 일감 부족에 월평균 공장가동은 15일 안팎 개인 취향 존중되는 맞춤형 시대…섬유패션 뿌리제조기반 살려야

2020-02-08     정기창 기자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의류봉제 및 수제화 업종 도시형소공인 종사자들은 월 평균 2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장 가동률은 월 평균 50% 안팎에 이를 만큼 일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주)코리아데이타네트워크, (주)모라비안앤코에 의뢰해 2018년 10월부터 한달 간 ‘도시형소공인 DB구축 실태’를 조사했다. ▶관련기사 PDF 12~13면 참조

이에 따르면 ‘가업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부정적 응답이 의류봉제 95%, 수제화 89.9%에 이를 만큼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바라보는 미래 전망 또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의류봉제 도시형소공인의 76.0%는 경쟁력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응답한 비중은 6.2%에 지나지 않았다. 수제화 종사자들 역시 81.8%가 약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같은 부정적 의견은 의류봉제 및 수제화 도시형소공인의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비롯된다. 이들 업종은 1년 중 비수기가 4(의류봉제)~5(수제화)개월에 이를 만큼 경영여건이 악화됐다. 1년에 서너 달 반짝 다가오는 성수기가 지나면 공장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수제화의 경우 비수기인 7~8월에는 월 평균 열흘만 공장을 돌릴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2017년 상반기중 양 업종 종사자의 10명중 8명 이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이 받아가는 월급도 터무니 없이 적다. 의류봉제의 경우 종사자가 가장 많은 봉제사들 월 평균 급여는 199.8만원에 그쳤다. 가장 많이 받는 재단사는 251.4만원이었다. 수제화는 상황이 더욱 나쁘다.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은 패턴사로 평균 월급이 220.8만원이었고 가장 낮은 검품사는 199.5만원이었다. 업계는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근간인 이들 뿌리업종을 살려야 전체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은 “봉제시스템을 키우지 않으면 샘플마저도 해외에서 생산해야 할 것”이라며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같은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봉제가 무너지면 서울패션위크 같은 행사들이 반쪽 짜리로 전락하고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쇠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패션산업이 더 개인화되면서 역설적으로 봉제산업이 더욱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의류제조산업 양성을 위해 민관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의류봉제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29%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뉴욕 시장이 봉제공장을 시 외곽으로 내보내려 했을 때 디자이너들이 반대해 ‘가먼트 스트리트’를 조성해 생산기반을 되살린 사례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자국에서 생산할 때 공임을 더 주고 판매가격도 높여 제조와 유통이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수제화 업종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성수동 수제화 지역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성수동은 자생적으로 형성된 수제화 산업 집적지로 내부 완결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곳이다. 집적지 내에서 협력업체들간 교류를 통해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고 빠른 대응 생산이 가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제화소상공인협동조합 정석규 이사장은 “예전엔 옷이나 신발을 개인별로 맞춰 입었지만 현재는 기성화에 맞춰 살고 있다. 다시 커스터마이징을 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