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스포크 수트 ‘마니도로’ 이용순 대표 - ‘황금손’ 부자(父子) 맞춤양복 명가 100년 대계 꿈꾼다

2세 이영종, 伊세꼴리 수석졸업 후 ‘가업 잇겠다’ 가세 투철한 장인정신과 자긍심 중무장 ‘기술과 품격’ 실현 20년 동안 영화·드라마 의상 제작 미스터 썬샤인, 1900년대 고증 ‘화제’ 유명 배우들의 맞춤의상 ‘최고 실력자’

2020-04-12     이영희 기자
대한민국 맞춤양복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커졌다. 반세기동안  맞춤양복 장인으로 선진국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쌓아온 ‘마니도로(manidoro)’의 테일러 이용순 대표(현재 한국맞춤양복협회 부회장)는 아들 이영종씨와 함께 대를 이어 100년 대계를 꿈꾸고 있다. 마니도로(manidoro)는 정통 이탈리안 클래식 비스포크 수트를 지향하는 브랜드이자 테일러샵이다. ‘금손’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부자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내포하고 있다. 감성만을 자극하는 겉치레식 테일러링 보다 입어서 최상의 착장감이 보장되는 고급 수트를 제작하겠다는 테일러 부자의 신념과 미래상을 이용순 대표와 인터뷰했다. 또 최근 대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미스터 썬샤인’등 드라마, 영화의상 제작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패션과 영화의 융합에 대한 시너지도 들어봤다. 
마니도로에 들어서면 이용순 대표의 작업실이 유리칸막이로 훤히 보인다. 손마디가 굴절될 만큼 오랜 세월 양복을 재단하고 바느질하며 최고급 맞춤복을 실현하는데 일생을 헌신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한민국에는 해외 선진국에 버금갈 만큼 훌륭한 명장과 장인들이 많지만 이제 1세대를 넘겨 대를 이어가기란 쉽지않아 보인다. 마니도로는 트렌드를 추종하기 보다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옷에 대한 철학과 자긍심으로 기술을 이어가고 맞춤양복의 품격을 고수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이용순 대표는 “핸드메이드 남성복의 기술전수는 현장에서 실습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필요하고 의식과 인내력도 요구된다”고 전수의 어려움을 전했다. “특히 고급원단일수록 살아 움직이고 환경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올바른 재단이 쉽지 않다”면서 젊은 테일러들의 양성이 원활하지 않음을 안타까워 했다. 마니도로는 비접착 비스포크 수트 제작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젊은 피인 2세 경영인 이영종씨가 가세하면서 정통 이탈리안 모드와 감각, 기술의 실현이 가능하게 됐다. 이영종 씨는 이탈리아 최고 패턴 학교인 세꼴리에서 수석 졸업한 인재다. 각종 브랜드와 협업도 진행했을 만큼 실력이 좋은 이영종 씨는 심층 패턴 분석으로 세꼴리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나 수 많은 러브콜을 뿌리치고 기꺼이 ‘재단사의 아들’로 ‘가업을 계승’하기위해 귀국했다. “아버지와 함께 이탈리아의 가내기업처럼 비스포크 하우스를 유지 계승하며 마니도로를 한층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이영종 씨는 나폴리 수트 스타일의 감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최대한 적용시키는 데 매진하고 있다. 마니도로에서는 비스포크 수트 제작뿐 아니라 수미주라, 자켓, 예복 등 다양한 의상들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제냐, 로로피아나, 까노니코, 아리스톤 등 고급 원단을 보유해 고객들의 고급 취향도 충족시킨다. 훌륭한 장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어드바이스가 좋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만족한다. 특히 아들 이영종 매니저는 옷 입는 감각이 탁월해 젊은 고객들과 소통이 원활하다. 기자가 인터뷰하는 시간에 이영종 매니저는 영화사 피팅을 하러 갔다고 했다. 영화 ‘킹메이커’ 의 출연배우 배종옥의 의상을 직접 제작했고 그 방면에 재능과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평생을
이용순 대표는 20년 넘게 영화, 드라마 의상을 제작해 왔다. 특히 조상경 의상감독과의 인연으로 화제가 됐던 대형 영화 의상제작에 참여해 왔는데 최근 ‘미스터 썬샤인’은 큰 의미로 각인됐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190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미국에서 직접 당대의 의상들을 가져올 만큼 철저한 고증에 신경썼다. 이용순 대표는 미국에서 가져온 군복을 해체하고 주인공 이병헌의 체형에 맞게 고치는 작업부터 참여한 전체 배우들, 심지어는 루즈벨트 대통령 재현배우까지 고증에 따라 재현했다. 드라마속 의상들은 배우와 시대극을 빛나게 하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대표는 배우들의 패턴을 일일이 보여주고 설명했다. 잊지못할 영화의상 중 올드보이, 밀정과 최근 증인을 손꼽았다. 밀정의 공유, 증인의 정우성은 이용순 대표의 손맛과 감각을 잊지 못하고 고객이 됐다.  이용순 대표는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고 장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부자가 아니지만 문화를 즐기고 넉넉해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품격이 의복문화를 만들고 최고의 기술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핸드메이드의 진가는 입어봐야 안다”는 이대표는 “우리 조상들은 가난했지만 외출할 때는 모시적삼을 풀먹여서 입고 길을 나섰다”며 격을 갖춘 의복문화가 성숙할 때 맞춤양복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국맞춤양복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이대표는 올바른 착장을 알리는데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점차 기술자들이 노령화되고 정통 테일러가 희귀해진다. 제대로 된 옷을 짓는 테일러들이 존경받고 고부가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아들의 시대에는 그리될 것”임을 확신하는 이용순 대표는 “나는 한국에서 정통 기술자로 살아왔는데 아들이 이탈리아에서 배워온 테일러 방식은 ‘과학’이 서려있다”면서 부자의 의기투합이 또다른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용순 대표는 아들이 이어갈 미래와 100년 대계를 실현하기 위해 ‘마니도로’의 토대를 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각오를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