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코닥 패션시장 진출 선언…업종간 경계 허물기 본격화
수십년 헤리티지 기반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문화 개척
2020-05-17 정정숙 기자
美 저명 미디어그룹의 ‘디스커버리’, 카메라 필름 대명사 ‘코닥’, 사진저널리즘 개척자 ‘라이프’. 이들은 과거 수십년간 자기 분야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소비자들 인식에 깊게 각인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이들 브랜드가 패션을 중심에 놓고 한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다. 업종간 경계 허물기와 융복합 산업의 도래, 즉 이종교배 시대의 본격적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수십년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업종과 융합해 국내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업종 기업들 한국패션시장에서 격돌
코닥은 국내 라이선스 및 수입유통 전문기업 모던웍스와 손잡고 내년 한국 패션시장 상륙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 김진용 대표는 5월 초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코닥 본사를 방문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마쳤다. 2020년 SS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김 대표는 “업종간 영역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만큼 콘텐츠와 역사가 풍부한 코닥을 들여와 한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9일에는 링크인터내셔널이 미국 사진잡지 라이프의 국내 패션상표 라이선스권을 인수하고 본격적인 시장 합류를 선언했다. 50~60년대 미국 황금기를 향유한 라이프는 1000만장이 넘는 콘텐츠를 기록·간직한 대표 시사사진잡지다.
강원식 대표는 라이프 종이잡지 폐간을 소재로 삼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 영감을 얻어 라이프 상표권 획득 경쟁에 뛰어들었고 최종 승자가 됐다. 그는 “라이프를 어패럴과 접목해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문화가 융합된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의류와 신발, 가방 등을 출시하고 소비자들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디스커버리채널로 유명한 미디어그룹의 디스커버리는 이들 중 가장 먼저 패션시장에 뛰어들어 한국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에프엔에프(F&F)가 2012년 7월 국내 라이선스를 인수해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웠다. 디스커버리는 현재 F&F 전체 의류매출의 35%를 차지하며 효자 브랜드가 됐다. 작년 매출은 2963억원을 기록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변화 물결
간호섭 교수(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는 이를 두고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라며 “뉴트로, 이종교배, 콜라보레이션의 영향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에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애니메이션에서는 미키마우스가 소비자들에게 뉴트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전 시대를 풍미한 유명 기업들이 새로운 업종과 만나 패션시장에 복합적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패션 시장에서 차별화된 이미지와 체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강원식 대표는 “해외직구와 병행수입 등 시장변화로 패션 비즈니스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콘텐츠가 풍부한 브랜드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타 산업에서 창의적 콘텐츠로 일어선 기업들이 기존 스타일에 식상한 패션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