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섬유소재도 좋은데…외국 원단만 쓴다는 소방청

소방청 “국산은 질량·마모강도 맞지 않아” 업계 “시험성적·비교시험 통해 성능 입증” 중소기업 판로 확대 국산섬유소재 활성화 흐름에 역행 국방부는 기능성만 충족되면 국산제품 납품길 열어둬

2020-05-21     정정숙 기자
소방청은 기동화 입찰을 진행하면서 특정업체 제품(특정 상표 또는 특정 규격)으로 신발 내피 사용을 요구해 중소 납품 업체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는 특정 업체 편들어 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발단은 소방청이 지난해 10월 소방공무원 제복을 9년 만에 전면적으로 개선하면서 기동화 내피 원단을 외국 제품인 고어텍스, 외피는 아라미드를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소방청 신발 내피에 사용되는 원단을 해외 고어텍스 원단과 동일한 규격을 제품규격서에 명기해 고어텍스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는 제품을 납품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중소기업에서
조달청에 기동화 제조업체로 등록된 업체는 8여개사 정도다. 이중 한 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고어텍스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중소기업으로 알려졌다. 한 제조업체는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2019년 5월 현재 기준으로는 기동화 납품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기동화 제조업체들은 2013년부터 기동화 규격서상 문제점을 발견하고 규격서 개정을 요청해왔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고어텍스 외 투방습 원단 기능이 있는 제품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세종시에서 열린 소방청 복제개정공청회에서 복제세칙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공청회는 기동화 내피원단에 고어텍스원단과 동일한 섬유혼용률, 외피는 고기능성 특수섬유인 아라미드 원단을 쓰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점은 발주기관이 고어텍스와 아라미드를 국내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동화 제조업체는 “독일 고어텍스 원단을 수입한다고 해도 발주와 원단입고까지 120일 이상 소요된다. 특수 섬유인 아라미드 섬유는 올해 원사 파동으로 공급받기 힘들다”고 전했다. 고어텍스는 보통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구매한다. 몇몇 아웃도어 브랜드사가 제품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그 외는 구매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소방청이 발표한 규격의 원단을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기동화 제조업체가 코오롱패션머티리얼측에 확인한 결과 소재가 불완전해 내피 원단용 소량 공급은 당장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일 내피원단 지정은 중소기업 판로 확대와 국산제품 판로 확보 차원에서 현재 업계 흐름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기동화 제조업체들은 “국내 생산하는 기능성 투방습 기능성 원단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공인기관 시험 성적서나 소비자보호단체들의 비교시험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제조업체 대표는 “방투습원단은 기능성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국방부는 투방습 원단 기능성만 충족되면 다른 소재로 만든 기동화도 납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어텍스 원단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국내원단도 사용할 수 있게 규격서를 개정해야한다”고 전했다. 투방습 기능은 유지하되 섬유혼용률은 부분 개정해 국내 생산제품도 가능하도록 부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소방정책과 담당관은 “중소업체들이 제시한 원단을 실제 연구용역업체와 실험한 결과 질량과 마모강도가 맞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소방청은 군이나 경찰과 다르다”며 “현장에서 물을 많이 접하는 직업 특성상 기동화에 어느 정도 이상의 방투습 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