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정장의 디지털 진화 이룬 美 스타트업 '나트 스탠다드'
3D가상피팅 보여주는 ‘스타일월’ 서비스 제공
2020-05-21 최정윤 기자
오랜 시간 맞춤정장은 재단사가 직접 재고 만지면서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맞춤정장 스타트업 회사 나트 스탠다드(Knot Standard, 이하 나트)는 고객이 원하는 맞춤 정장을 기술로 완성하는 '스타일 월(Style Wall)’을 개발했다. 스타일 월은 일종의 디지털 스크린이다.
‘스타일 월’은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미리 방문 예약을 한 사람이 가게에 들어서면, 스타일 월이 고객에게 예시 사진과 영상을 띄운다. 고객이 원하는 요소를 말하면, 화면에 전체 스타일을 맞춘 옷들이 떠오른다. 개인 공간에 들어선 고객은 나트가 저장해둔 구매 내역을 바탕으로, 기존에 구매했던 옷과 함께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한다.
스타일리스트는 스타일 월의 제안에 단추와 주머니, 라펠과 같은 옵션을 더해 보여준다. 나트가 만드는 맞춤정장은 비스포크 맞춤정장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패턴에서 맞춰 만드는 반 맞춤(MTM, Made to Measure) 정장에 가깝다.
경제 전문 미디어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트 대표 매트 뮤엘러(Matt Mueller)는 “우리는 남성에게 자신감을 판매한다”고 말했다. 매트 뮤엘러는 남성들은 비싸게 산 옷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트가 판매하는 맞춤정장은 적게는 845달러(약 100만원)부터 3500달러(약 418만원)를 넘기기도 한다. 나트가 제시하는 가격은 백화점 정장 가게보다 비싸지만, 전통적인 맞춤정장 가게보다 저렴한 편이다.
나트는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스타일 월을 개발했다. 첫번째 시도는 온라인 측정 서비스였는데, 소비자가 웹캠으로 사진을 찍어 신체 치수를 측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트측 예상과 다르게 15% 소비자만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했다. 신기술을 사용하기보다, 손으로 직접 측정해 주길 바란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트가 두번째로 시도한 서비스는 소비자 모습을 3D로 만든 마네킹에 입혀보는 프로그램으로 옷을 보여주는 가상 피팅 서비스였다. 소비자들은 본인을 바탕으로 만든 마네킹보다는 익숙한 마네킹이나 모델들에 옷을 걸쳐봤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마침내 완성한 스타일 월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받아 미국 전역 9개 지점에 설치 중이다. 각 스타일 월은 30개가 넘는 스크린으로 이뤄지고, 수백가지가 넘는 옵션이 몇 주 내로 추가될 계획이다. 매트 뮤엘러는 “스타일 월은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 기술을 실현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