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엣 조수현 대표 - “예뻐보이지 않으면 안팔리는 옷, 그래도 품질은 포기 못해요”

소비자 선택이 가장 중요…핵심은 독특한 디자인과 품질

2020-08-23     최정윤 기자
최근 조수현 대표(39)는 ‘퀄리티에 너무 집착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작년 8월 브랜드를 시작할 때 품질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라고 다짐했지만, 현실에 부딪히면서 고민이 늘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랜드 계열 로엠에서 일할 때 원단과 샘플실, 유통망이 갖춰져 있는 상태로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코엣은 조 대표가 ‘내가 디자인하고 싶은 대로 만든’ 옷을 팔고 싶어 독립해서 세운 브랜드다. 그러나 규모 작은 스타트업 디자이너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코엣 같이 매장 없는 브랜드들은 최선을 다해 룩북을 촬영한다. 대부분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W컨셉 같은 인기 온라인 플랫폼에서 팔아야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꾸준히 옷 가격의 40%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조 대표는 “단순히 예쁜 옷을 넘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지만, 예쁘게 보이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했다. 한 달 전 코엣을 온·오프라인 편집샵에 넣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조 대표는 해당 매장에서 비슷한 가격대로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를 둘러봤다. 그는 “혼자 품질을 유지하려고 애쓰나보다 싶었다”고 말했다. 2-30만원대 여성복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이 행거에 걸어둔 옷들은 그가 유지하려는 품질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 조 대표는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말하던 대표들이 생각났다”며 “당시에는 원가와 품질에 비해 가격을 너무 비싸게 책정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소비자 반응을 보기 위해 지난 주 강남구청 앞에서 열린 스위트스팟 팝업스토어에 참가했다. 그는 사람들이 코엣의 핸드크래프트(손으로 직접 만든) 장식만 봐도 ‘코엣 옷’이라고 인식하길 바란다.
코엣은
코엣 옷이 지향하는 바는 ‘세련된 여성복이지만 몸매를 강조하지 않아 편한 옷’이다. 옷 대여 플랫폼인 클로젯쉐어에서는 30대 직장인 여성들이 주 고객이라는 분석이 나온 반면, 팝업스토어 현장에서는 4050세대가 관심을 가졌다. 현장에 방문한 4050 소비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페미닌한 옷을 입고 싶지만 날씬하지 않은 사람들은 입기 부담스럽다”면서, 코엣이 이런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피드백을 줬다. 조 대표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옷을 만들어야 재고가 줄기 때문에 시장 반응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코엣처럼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생산도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다. 국내 봉제 공장들은 발주 규모가 큰 주문을 받고 싶어한다. 소량 주문은 꺼리거나 뒤로 미룬다. 조 대표는 최근 공장에 발주한 코엣 옷이 큰 주문 건에 밀려 외주로 완성한 사실을 알게 됐다. 당연히 품질이나 마무리 디테일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 후로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옷을 제작하면서 소량주문을 받는 샘플실과 공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찾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는 충분한 자금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어떤 종류 옷이 가장 잘 팔릴지 예측하기 힘든데, 봉제가 잘못돼 재고까지 떠안으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 공임비와 촬영비, 플랫폼 수수료, 세금을 빼고 나면 옷 전체 가격의 10% 정도가 남는다. 조수현 대표는 브랜드 런칭 1년이 지난 지금, 예술적인 디자인과 상업적인 성공 두 마리 토끼 잡기가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세계는 인맥이 중요한 사회지만, 디자이너 명성을 떠나서 코엣을 소비자가 많이 찾고 구매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소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