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수준까지 치솟은 패션 온라인플랫폼 수수료 “문제 있다”

‘무신사·W컨셉·29CM’ 3사 수수료율 최고 35%까지 치솟아 업계 “미래 성장동력 해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 지적

2020-09-11     정정숙 기자
패션전문 온라인플랫폼이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입점 수수료율은 점점 높아진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무신사, W컨셉, 29CM 패션전문 플랫폼의 유통수수료가 일반 백화점 수준인 30~35%까지 높아지면서 입점 업체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이 덩치가 커지면서 늘어나는 광고, 마케팅 등 각종 비용을 입점 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작년 4500억원 거래액을 기록한 무신사는 광고선전비로 135억원을 썼다. 2017년 53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거래액 1500억원의 더블유컨셉코리아는 역시 광고선전비로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80억원을 사용했다.
온라인플랫폼
입점 업체들은 “TV광고나 옥외 전광판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올라가면서 입점 업체에 비용을 떠 안기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매출과 관련된 프로모션 권유가 과도해 입점사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3사 패션전문 온라인플랫폼은 초기에는 싼 수수료로 출발했다. 수수료가 비싼 백화점이나 기존 오픈몰에 피로감을 느낀 신규 브랜드 및 디자이너 브랜드의 주요 유통 채널로 주목받게 된 이유다. 그런데 최근에는 MD 재량에 따라 신규 브랜드 입점 수수료가 28~35%까지 치솟으면서 이곳을 선호하는 중소기업 및 디자이너 브랜드가 가지는 이점이 상당부분 상실된 상황이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무신사와 W컨셉은 입점 초기 수수료가 20%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30~35%까지 올랐다. 백화점 수수료인 28~35%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온라인이 더 비싼 셈이 됐다”고 밝혔다. 온라인플랫폼사들의 수수료 인상은 이들 기업이 규모의 경제에 집중하면서 비용도 덩달아 늘어나는 비효율적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변화하는 유통시장 환경 변화도 한 요인이다. 패션전문 온라인플랫폼이 젊은층에서 핫 이슈로 떠오르자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 문을 두드리면서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전문 플랫폼 트래픽이 높아 자사몰보다 상품 노출 빈도가 높고 브랜드 홍보가 잘 되는 장점이 있어 유명 패션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장 동력이 낮아진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하는 업체들이 이들 플랫폼에 입점해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몸값이 뛴 플랫폼 기업들의 MD 재량권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이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신규 디자이너 브랜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은 배너 노출이 생명이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MD들은 10~20% 할인할 때만 배너 노출도를 높이겠다며 과도한 프로모션을 유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무신사 입점을 타진하고 있는 여성캐주얼 업체 대표는 “무신사, W컨셉, 29CM의 기본 수수료는 30%로 알고 있는데 실제 수수료는 MD를 만나서 상담하고 계약서를 쓰는 단계가 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입점업체 대표는 “W컨셉은 전문화된 여성 쇼핑몰로 대항마가 없다. 무신사는 스트리트 패션의 절대 강자다. 수수료가 비싼걸 알면서도 이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프로모션 강요는 패션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2018년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의 불공정 행위 중 판매촉진비용 전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는 효율적인 고객접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이 장점인 온라인 몰의 수수료가 오프라인 수준까지 치솟는 상황이 지속되면 이들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해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모 디자이너는 “패션전문 온라인플랫폼은 초기부터 유니크하고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커왔다. 그런데 이들 중소규모 브랜드들의 진입이 어려워지면 패션전문 온라인플랫폼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이 올라가고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선진국처럼 사회적 가치를 수행하는 의무를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지현 기자 jeny@ayzau.com
/최정윤 기자 jychoi12@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