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대기자의 화판(化板)-6] 위기속에 맞은 제33회 섬유의날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위상 정부 국회 외면받으면 더 큰 어려움 관련 단체들 주어진 책임 다하는 말보다 행동 앞선 자구노력 필요

2019-11-15     김종석 기자

11월11일 제33회 섬유의날 기념식이 있었다.
올해는 훈포장(4), 대통령표창(4) 국무총리표창(3) 장관표창(40) 등 총 51점의 정부 포상이 이뤄졌다. 금탑산업훈장은 ㈜효성 김규영 대표가 세계일류상품인 스판덱스 타이어코드를 글로벌 NO.1 위치에 올린 공적을 인정받았다. 효성의 금탑 수훈은 2011년 이후 2번째다.

섬유산업은 1987년 11월 11일 단일 업종 최초로 100억 달러 수출 쾌거를 이뤘다. 지난 2000년 188억 달러를 정점으로 2018년 141억 달러에 머물렀다. 올해는 경기가 더욱 안 좋아 130억 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이것이 섬유업계의 현실이다. 섬유의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이전 행사는 정부에서 총리나 장관이 주빈으로 참석했는데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참석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정부의 홀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행사는 격이 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산업 경제부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점은 고려되나 섬산련에서 성공적 행사 개최에 최선을 다했는지는 반성할 부분이다. 차관의 축사도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행사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최소한의 실질적인 대책 하나 정도는 내놓는 것이 예의다. 그러나 행동보다는 말이었다. 국회의원 참석은 없었다. 2013년 7명, 2014년 2명이 참석한 이후 한 명도 없다. 이때는 친섬유패션 의원으로 분류되는 전순옥 의원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이후는 국회의 홀대인가. 그래도 섬산련은 총리 혹은 관련 부처장관 및 상임위원회 의원은 참석하도록 노력해야 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과는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섬유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당장은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2~3년 지나면 섬유업계의 고통과 나락으로 연결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국정감사 기간 동안 섬유패션관련 질의응답이 없었다. 섬유산업에 관심있는 의원들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정책은 국회에서 이뤄진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섬유패션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힘써야 한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도 접촉을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 섬산련 노희찬 전임 회장은 정기적으로 관련 국회의원들과 모임을 가졌다고 들었다. 모든 단체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책임이 있다.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단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름값 못하는 연구소는 간판을 내려야 한다.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업계가 무너지는데 단체나 연구소가 왜 필요한가. 능력 없는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섬산련 직원들 연봉은 업계 최상위다. 어려운 업계 현실을 생각하면 염치없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나서서 얘기를 안 하는 것 뿐이다. 반드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업계가 지켜본다. 대표기업인 참석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행사장 관람석까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번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업계도 이 행사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시급한 것은 정부나 단체의 기능 회복이다. 주무 부처의 섬유산업정책은 역대 정권 중 최악이다. 산업부가 업계 기대에 부응해 제대로 된 정책과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내년 섬유의 날 행사장은 즐겁게 시끌벅적 하길 바란다. 섬산련 성기학회장은 현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고립무원 처지에 놓여 있는 듯하다. 성 회장은 “얼굴 펴질 날이 없다. 기술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소비자는 눈높이가 높아졌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말보다 실천, 구호보다 실행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섬산련 수장으로서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내외적 여건이 녹록치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미래 섬유패션 방향과 관련해서는 “지속가능한 소싱이 가장 큰 화두”라며 “새로운 밸류 체인 기반을 확대하고 지구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발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에서 ‘점(dots)’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생의 점은 연결된다. 다만,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이을 수는 없다. 과거를 되돌아봄으로써 그 점들은 연결될 수 있다.” 섬유패션의 미래는 오늘을 반성하면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