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대기자의 화판(化板)-7] ‘두려움’속으로 뛰어들어라

차별화 경영전략에 입각해 ‘독특함’위해 경쟁할 수 있어야 변하지 않으면 다 사라져

2019-11-22     김종석 기자
화섬기업 3분기 결산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다.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한 수치다. 유압 크레인 및 특장차 제조 전문업체인 ㈜광림이 남영비비안을 인수했다. 온라인으로 팔리지 않는 ‘최후 소비재’라던 자동차가 이제 온라인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변혁의 시기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호황기에는 경쟁업체와 비슷한 일을 해도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는 노력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광림은 유압크레인 소방차 등 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다. 2014년 속옷기업 쌍방울 최대주주가 됐다. 이번에 남영비비안을 인수함으로써 남성 언더웨어에서 여성 란제리 분야까지 포트폴리오가 강화됐다. 1세대 토종기업끼리 만남은 분명히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다. 업계는 광림이 남영비비안을 잘 살릴 것인지 혹은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것인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주변상황을 봤을 때 필자의 판단은 ‘되판다’ 쪽이다. 물론 되판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투입해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다. 기업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자체가 중요하기에 오히려 남영비비안에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이탈리아 칼제도니아그룹은 스타킹(Calzedonia)으로 시작해 란제리(Intimissimi), 캐시미어 의류(Falconeri)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스타킹 사업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연관 업종으로의 전환을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최근 온라인에서 ‘1초 만에 자동차 55대가 팔렸다’는 기사가 있었다. 지난 11월 중국 알리바바 ‘광군제’ 할인 판매 이벤트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 다수가 인터넷 라이브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11번가는 지난 9월 폭스바겐 중형 SUV 티구안을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일주일 만에 2500대가 팔렸다. 제조사 - 딜러 - 소비자로 이어지는 자동차 시장 유통 구조가 변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시승을 예약, 결제하고 차를 배송 받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두산의 주력 사업분야는 현재의 중공업 분야가 아닌 소비재 중심, 특히 주류산업이었다. 그룹의 모태나 다름없었던 OB맥주의 경우 창립 당시부터 꾸준히 업계 1위를 고수했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의 뿌리나 다름없는 소비재 산업의 운명에 대한 형제 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미국 컨설팅 업체 메킨지(McKinsey) 권고가 결정적이었다. “지금 이 상태라면 3개월 안에 그룹이 망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OB맥주를 매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소비재 산업에서의 철수가 결정되었고 2000년대 인수합병과 비주력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중공업 플랜트 기업으로 변했다. 환골탈태한 것이다. 박용성 전 회장의 ‘걸레론’은 지금도 유용하다.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다’라는 지론이 지금의 중공업 그룹 토대를 마련했다. SK는 1970년대 선경이란 사명으로 교복·자전거, 1980년대 카세트·비디오 테이프로 유명했다. SK하이닉스를 품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세계적 석학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차별화·집중화·원가우위 세가지를 핵심 키워드로 지목했다. 원칙과 전략이 실행되지 않으면 모두 같은 제품 서비스로 동일 고객의 뒤만 쫓는 이전투구의 경쟁 상황이 벌어진다. 경쟁전략 이론(The Competitive Strategy)에 입각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고가 되기 위해 기업은 ‘독특함’을 지향점에 두고 경쟁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위에 예로 든 이탈리아 최대 속옷업체인 칼제도니아 경우는 스타킹시장 자체의 역성장 난관을 연관 업종 진출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돌파했다. 우리 내의 업체들도 국내 경쟁에만 머물지 말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지분투자를 감행한 광림이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내 섬유산업이 위태로워 지는 와중에 패션산업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상위 15위 국가중 유일하게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가 없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성기학회장 인터뷰 기사가 생각난다. “한국 섬유패션 산업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단견이다. 바로잡고 싶다. 섬유패션 한 길만 걸은 글로벌 기업이 수두룩하다. 스페인 자라, 일본 유니클로, 스웨덴 H&M 등이다. 한국에도 이런 기업이 나올 수 있고, 나와야 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