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5국 최정상 디자이너가 펼친 찬란한 쿠튀르

전통과 문화예술 녹인 패션, 세계적 경쟁력 갖췄다

2020-11-29     이영희 기자

[연착=이영희 기자] 아시아 5개국 정상의 쿠튀르 디자이너가 중국 산둥성 지난(제남)시에 집결, 인터내셔널 패션 디자인위크(International Fashion Design Week)에 참가했다.

중국 산둥성 정부는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지난의 밍 푸 시티(Ming Fu City)의 타이 푸 플라자(Tai Fu Plaza)에 위치한 국제패션크리에이티브 센터(International Fashion Creative Center)에서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5개국 대표 디자이너의 쿠튀르 패션쇼와 포럼, 전시 등 패션위크를 개최했다.
마스터즈포럼.
산둥성 정부는 아시안 쿠튀르 연합회(Asian Couture Federation)를 초청, 지난시와 공동주최를 통해 하이엔드 패션산업의 플랫폼으로서 역할과 이미지 제고를 도모하는데 취지를 뒀다. 아시안 쿠튀르 연합회는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15개국 20여 유명디자이너들을 정회원으로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최초로 아시아 쿠튀르 패션위크가 열린 지난은 ‘봄의 도시(City of Spring)’로 불리울 만큼 호수와 수려한 자연경관, 수천년의 역사와 창의적이고 예술성이 풍부한 문화를 자랑하는 곳이다. 또한 행사가 열린 국제패션크리에이티브 센터가 위치한 ‘밍 푸 시티’는 600년 역사의 유서깊은 밍가문의 옛터로 최근 확장 개발 중이다. 도시 전체가 단아하고 깨끗하며 문화유적지인 지난은 인구 700만명의 3선 도시이지만 산둥성의 ‘문화 심장부’로 불리운다. 하이엔드 쿠튀르 패션쇼의 개최를 통해 고품격 패션도시로서 이미지 도약을 하려는 의지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산둥성에
중국의 3대 거대 도시이자 경제권역인 산둥성은 섬유 산업발전과 함께 지난에서의 쿠튀르 쇼의 유치와 진행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품격과 이미지가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쿠튀르의 단합과 성장을 통해 세계 패션을 주도하겠다는 야심만만한 포부로 산둥성 지난에서 개최된 인터내셔널 패션디자인위크에는 한국의 이상봉과 송지오, 중국의 구오 페이(Guo Pei), 일본의 유미 카츠라(Yumi Katsura),인도네시아 세바스티안 구나완(Sebastian Gunawan), 호주의 파올로 세바스티안(Paolo Sebastian)이 참가했다.   사진=김철성 작가

왼쪽부터

19일 개막행사와 오프닝 패션쇼는 당일 중국의 CCTV 주요 시청시간대에 방영될 만큼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컸다. 이번에 참가한 각나라 디자이너들은 자국 뿐만 아니라 해외 컬렉션을 통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아시아 대표주자들이었으며 이들이 패션위크에서 자신들의 아카이브와 신작들을 소개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자국은 물론 세계적인 스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중국 국민디자이너 ‘구오 페이’가 오프닝쇼를 맡아 큰 기대가 모아졌다. 구오 페이는 중국은 물론 동양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의상의 영역을 넘어 아트웨어로 승화시키고 있어 자국민들의 자긍심이다.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구오페이는 파리 오트쿠뤼르 쇼에 참가하면서 세계 패션피플들로부터 경외심을 갖게 한다.  구오 페이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린 멧-갈라 레드 카펫에서 리한나가 선보인 드레스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2년에 걸쳐 만든 55파운드 무게의 카나리아 옐로 드레스는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압도적인 비주얼로 중국 쿠튀리에 구오 페이를 널리 알렸다. 구오 페이의 회사에는 450여명의 숙련된 공예전문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1년에 3000여벌의 주문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구오
이번 구오 페이의 오프닝 패션쇼를 위해 대형 붉은 원형 기둥과 조명에 따라 반짝이는 블랙 펄의 런웨이가 조성됐다. 구오 페이의 의상들은 중국 전통 복식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재해석했으며 실루엣과 장신구, 신발 등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장식으로 극한의 럭셔리 무드를 전달했다. 구오 페이의 오프닝 무대에 이어 한국 송지오 디자이너가 바통을 이어받아 남성복 패션쇼를 펼쳤다. 송지오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로서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남성복을 선보였다. 본인이 직접 그린 미술작품의 붓터치가 강렬한 프린트 원단으로 의상을 지어 ‘아트 투 웨어’, ‘웨어러블 아트’를 구현했다. 이번 컬렉션의 컨셉을 ‘사계절(一年四季)’로 정했으며 다채로운 자연과 색채를 담은 남성복을 선보였다. 수트와 특유의 아티스틱한 의상들로 젊고 다이나믹한 런웨이를 완성했다. 20일에는 인도네시아 세바스티안 구나완(Sebastian Gunawan) 과 호주의 파올로 세바스티안(Paolo Sebastian)이 드레스 중심의 쿠튀르 룩을 무대에 올렸다. 파올로 세바스티안은 아시아 쿠튀르 연합회에서 신예 디자이너에 속하며 럭셔리 & 페니민한 드레스를 소개했다. 군더더기 없이 모던하고 심플한 라인과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린 실루엣, 정교한 디테일로 완성도 높고 럭셔리한 드레스로 무대를 수놓았다.
유미
파올로 세바스티안이 서구적이고 로맨틱한 드레스를 구현했다면 인도네시아의 대표 디자이너 세바스티안 구나완은 서양과 동양의 모티브가 어우러진 독창적이고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드레스를 선보였다. 모던한 드레스에서부터 인도네시아의 전통적 디테일요소와 색상, 소재들로 세바스티안 구나완식의 표현력을 과시했다. 상류층을 겨냥한 럭셔리 드레스부터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웨어러블한 의상들을 자신의 쿠튀르로 선보이고 있는 세바스티안 구나완은 “쿠튀르의 매력을 정확하게 알고 정교하게 묘사하고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디자이너”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패션위크에서 개막식 만큼이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마지막 앤딩 무대는 한국의 이상봉 과 일본의 유미 카츠라가 장식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국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패션에 구현했다. 특히 전통적인 모티브를 세련되게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해 글로벌화함으로써 아시아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상봉
이상봉 디자이너는 무궁화, 단청, 나비, 문살, 책가도 등 한국전통적인 요소들을 모티브로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해 온 아카이브들과 2020S/S 신작들을 함께 런웨이에 올렸다. 총 58벌의 의상들은 머리장식부터 발끝까지 완벽함을 실현했다. 쿠튀르 디자이너들이 아트웨어에 다소 치중한 느낌과는 달리 이상봉 디자이너는 자연스럽고 럭셔리한 글로벌감각의 컬렉션을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93세의 노장으로 일본의 웨딩 착장 문화의 발전을 이끌어 온 유미 카츠라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브라이덜 디자이너로 존경받고 있다. 유미 카츠라는 동양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해 아름다운 실루엣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에 역점을 뒀으며 특히 전통적인 모티브를 과감하게 적용했다. 시대적인 웨딩 드레스 아카이브와 함께 파리에서 선보인 일본 전통 헤리티지가 녹여든 화려한 드레스들과 웨딩과 이브닝 드레스, 기모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런웨이가 이어졌다. 과감한 진주 레이어링과 레이스 등 고난이도 수작업을 요하는 아트웨어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바스티안
노장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세계 20개 도시를 넘나들면서 패션쇼를 했으며 파리에서도 쿠튀르 컬렉션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미 카츠라의 이번 무대 역시 경의를 표하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인터내셔날 패션위크에서는 패션쇼만큼이나 ‘포럼 위드 마스터즈(forum with masters)’로 패션피플들과 중국 패션학도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시아 각국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브랜드의 특성과 패션세계를 경청할 수 있는 기회였다. 패션비즈니스(BOF)아시 특파원인 케이시 홀(Casey Hall)에 의해 진행된  ‘포럼 위드 마스터즈’의 패널에는 아시아 쿠튀르연합회 프랭크(Frank Cintamani) 회장(박사)과 함께 구오 페이, 유미카츠라, 파올로 세바스티안, 세바스티안 구나완, 이상봉 디자이너가 함께 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국패션의 현황과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 고객층과 패션 영감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한국은 젊은 층의 패션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면서 “한류를 타고 다이나믹하고 변화가 큰 한국의 패션이 IT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에 전파돼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고 질문에 답했다. 또한 한국의 패션역사가 100년이 넘은 만큼 종주국인 서양에 못지않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나는 전통문화를 중요시 하지만 우주와 미지의 세계 등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 많은 편”이라며 영감의 한계성을 초월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송지오
특히 이상봉 디자이너는 개별 세미나를 통해 중국 전역에서 모여든 패션학도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과 패션 여정에 대해 강의를 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 북경, 상해 등 먼곳에서 찾아든 학생들은 진지하게 몰입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가족의 소중함과 해외컬렉션을 하면서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하지 못한데 대한 안타까움, 디자이너로서의 숙명과 사명을 이야기 했다. 또한 컬렉션 마다의 테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이상봉 디자이너는 “패션의 영감은 한곳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라며 “멀리서 찾지말고 눈과 마음을 열어 가까운 주변의 모든 것에서 감동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흥미롭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디자이너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탐구와 럭셔리마켓의 성장 가능성, 아시아 쿠튀르의 세계화를 논의 하는데 초점을 뒀다. 패션쇼장 앞 쇼룸에는 디자이너들의 아트웨어가 전시됐으며 산둥성에 위치한 유명 소재업체가 쿠튀르룩의 밸류에 부합하는 고급소재를 전시해 소개하기도 했다.

ACF(Asian Couture Federation)  Frank Cintamani 회장
“쿠튀르는 亞 패션 발전의 원동력”

-아시아패션 마켓의 현황과 ACF의 역할은?
현재 패션산업이 힘들지만 도전의식을 갖고 고객니즈 파악이나 트렌드 수용 등 변화의 흐름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중국 시장이 날로 확장되고 발전하고 있으며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등 아시아 섬유, 패션산업의 발전요소는 충분히 있다. 아시아의 패션산업이 조만간 미국 마켓을 뛰어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는 각 국가의 문화 역사, 전통을 기반으로 독창성과 차별성이 뛰어나다. ACF처럼 조직적인 기구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인터내셔널 패션위크와 같은 활동을 통해 단합하고 발전적 요소를 찾아야 한다. 유럽의 쿠튀르 역사는 180년이 넘는다. 반면 역사가 짧은 아시아의 쿠튀르가 유럽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중, 일 과 아시아 각국이 ACF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홍보를 지속해서 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시에서의 패션위크 개최의 의미는?
지금까지 아시아의 다른지역에서 쿠튀르쇼를 해왔었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3대도시이자 섬유패션의 생산지인 산둥성에서 패션쇼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지난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다. 특히 텍스타일과 패션의류 생산지로도 잘 알려진 도시이다.

산둥성 지난은 하이 퀄리티와 디자인을 자랑하는 쿠튀르 디자이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산둥성 지난의 밸류가 한층 높아졌을 것으로 본다. 어제 정부관계자와 논의를 했고 향후 3년동안 쿠튀르쇼를 이곳에서 지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행사규모가 작지만 현재 이곳에는 아시아 최고의 유명디자이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상봉과 구오 페이 같은 디자이너들은 따로 이벤트를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본다. 현재 아시아 쿠튀르연합회는 15개국 2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30년 이상 경력, 60대 후반의 디자이너들의 비중이 크다.

앞으로 실력있는 신진들이 자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소통하고 함께 노력해 줘야 할 것이다. 멋있고 쿠튀르적인 옷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며 그것이 아시아 패션의 미래 원동력이 될 것이다. ACF는 그러한 활동들을 돕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