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5)] 친환경 소재로 위기 극복한 ‘오에레비’
70년 역사 기업, 친환경 기업철학 정립해 정면 돌파
의류 신발 소파에서 피아트·폭스바겐 자동차회사까지
2019-12-20 편집부
올해 여름 마르조따 그룹의 리니피쵸 카나파피쵸 나찌오날레(Linificio Canapificio Nazionale)는 베르가모 인근지역 2헥타르에 해당하는 시 소유 부지에 총 1t의 린넨과 카나파를 전통 방식으로 재배했다.
이 이벤트는 최근 60년이 넘게 이탈리아에서 멈춰 있던 마 원사 생산이라는 점에서 아주 화제가 됐다. 여기서 재배된 마에서 추출된 원사는 베르가모 인근 이탈리아의 최고 셔츠원단 회사인 그룹뽀 알비니(Gruppo Albini)에서 원단으로 제작돼 환경오염을 낮추는 생산법과 함께 근거리 원료유통 방식으로 친환경을 실천한 사례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 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친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하는 브랜드가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대안 섬유개발과 친환경 공정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변화가 엿보이는 새로운 제품들이 앞을 다투어 출시되는 등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패션산업에서 배출되고 있는 폐기물이나 폐수가 지구상 전체 오염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단순히 윤리적 인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환경오염을 낮출 수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FW 2020/21 컬렉션을 준비하는 동안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패딩 솜을 소개받고 패딩 내부의 누비 소재로 사용하게 되면서 생산업체를 인터뷰하게 됐다.
이 회사는 흔히 잘 알려진 이탈리아 동북부 생산밀집지역인 파도바(PADOVA) 외곽 지역에 자리한 뺄리짜 그룹(Pelizza Group)의 오에레비 메누펙터링(ORV Manufacturing, 이하 오에레비)이라는 기업이다. 솜이나 부직포 등을 생산하는 70년 역사 기업으로 매년 1만t 이상의 제품을 생산해 의류뿐만 아니라 에코 코팅소재, 인테리어, 자동차 등 새로운 응용분야까지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맞춤 제작하고 있다.
콜마, 몽클레어 같은 의류제품에서 피아트(FIAT) 폭스바겐(Volkswagen) 등 자동차 내장재 분야까지 공급하고 있다. 그외 소파, 신발 등 수많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 기업들이 오에레비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친환경 기업철학을 제품 PR에 사용하며 명성을 키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오리털이나 거위털 패딩제품은 수많은 조류 깃털을 이용해 부피를 채운다. 그러나 최근 동물학대를 반대하는 윤리적 소비성향이 강해짐에 따라 인공 솜을 이용한 다양한 패딩소재를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패딩으로 이용되는 솜은 일반적으로 폴리에스터 소재를 지칭하는데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또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이산화탄소 생성을 낮추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오에레비의 아이디어는 큰 가치를 지니게 됐다.
오에레비는 100% 재활용 재료로 패딩을 개발하고 있는데 특히 의류분야에 쓰이고 있는 ‘하이 섬 에코(Hi Therm ECO)’ 시스템은 오랜 연구과정을 통해 단열성과 통기성이 높은 고 퀄리티 소재로 탄생되었다. 이 회사의 의류 패딩용 브랜드인 ‘발섬(Valtherm)’은 극한의 기상 조건에 적합한 소재다. 조류 깃털 대용으로도 손색없는 가벼움과 편안함을 극대화한 소재로 소개하고 있다.
PR 담당자 안토니오 카롤리(Antonio Carli)는 “기업내 재고원료 리사이클링은 물론 재생 가능한 폴리에스터와 회수된 플라스틱 병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친환경 기술 아이템을 제시하며 플라스틱 병 세척부터 제품 가공공정까지의 모든 과정이 내부 생산라인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오에레비는 친환경 소재와 새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퀄리티를 준수하는 관리시스템을 지킴으로써 ISO에서 발행한 QMS(Quality Management System)의 국제 표준인 ISO9001 인증을 1997년에 받았다. 또 제품관리 및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없음을 증명하는 국제 인증시스템 OEKO-TEX 인증 제품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오에레비는 무수한 위기와 투자 실패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 2011년경부터 친환경 소재라고 하는, 당시로서는 새롭고 전문화된 아이디어로 그 위기를 잘 극복해 유명해졌다.
이탈리아에서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이 자신들의 백그라운드와 찬란했던 과거 자존심만을 기억하며 달라진 현실 앞에서 무너져가는 동안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생산라인을 모두 바꾸며 새로 시작한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제품이 그들의 대표 비즈니스로 이어지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 각 분야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또 다른 미래 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