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인데 ‘우한 폐렴’까지…휘청대는 경제
관광 1번지 동대문·명동, 설 명절 매출 반토막
2021-01-31 패션부
# 명절 연휴가 끝나고 동대문 패션의류 도매상가들이 첫 영업을 시작한 1월28일 밤8시. 일대 상권에는 인적이 끊겼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여파로 이날 문을 연 상가에는 개시조차 못한 매장들이 수두룩했다. 손님이 없자 일부 상가들은 폐점시간을 5시간이나 앞당겨 새벽 5시에 문을 닫고 영업을 종료했다.
# 외국인들 관광명소 1번지 중구 명동 패션잡화 매장들은 설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이곳 매장들은 매출이 예전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발을 동동 굴렀다. 연중 가장 큰 대목을 허탕 친 업체들은 이번 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 對中 무역업체인 A사는 설 명절 마지막날인 1월27일, 중국 측 파트너로부터 마스크 긴급수배 요청을 받았다. 이 업체는 가격에 상관없이 마스크 10만개를 무조건 받겠다는 중국 측 오더에 전 직원을 풀어 물건을 수배했지만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날로 확산되는 우한폐렴 리스크가 사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중국 비즈니스 의존도가 높은 섬유패션업종 또한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패션기업들은 상품 발주 및 생산에 차질을 빚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동대문과 명동 일대 패션잡화 매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레스모아 명동점은 내수 불황에 중국 관광객마저 줄어들면서 매출이 50% 가까이 줄어들었다. 작년 이맘때 월7~8억 원이던 일대 편집샵 매출이 올해는 4억 원대로 확 줄었다. 이 회사 남동현 이사는 “설 명절을 지나면서 우한폐렴 국내 확진자가 나오고 중국 역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여파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SNS나 유튜브를 통해 내용을 공유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월28일 밤 첫 영업에 들어간 동대문 패션의류 도매상권은 옷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 썰렁했다. 통상 밤 8시부터 다음날 오전10시까지 영업하는 도매 상가들은 새벽5시에 조기 폐점했다.
신평화패션타운 한영순 상인연합회장은 “명절을 전후로 예전에는 외국인은 좀 줄어도 국내 고객은 드문드문 있었는데 올해는 내국인조차 오지 않았다. 옷은 당장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이번 우한폐렴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며 “(2015년)메르스 당시와 비교해도 더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저우, 상해 등지에서 상품을 소싱하는 여성복 업체도 상품 발주 및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지 공장 방문도 무기한 연기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는 재고가 바닥나고 생산에 들어간 물량이 못 들어올까 노심초사다. 바이어들과 상담도 화상미팅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홍콩 it편집샵에 홀세일을 진행 중인 지엔케이트레이딩 김금주 대표는 “2월10일 중국 바이어들이 상품 수주를 위해 방문하기로 했으나 영상통화로 오더를 넣기로 했다. 3월말 참여하려했던 상해 패션위크도 결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밀스튜디오 명유석 대표는 “광저우 모든 시장과 공장 오픈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중국 내 공장 정상 가동은 3월 초순으로 예상되나 이것 또한 확정적인 것이 아니어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성수동 원부자재 업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도 수제화 생산공장과 거래하는 디노컬렉션은 2월말~3월까지 여파가 계속되면 생산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 김영신 대표는 “성수동 원부자재 업계는 중국 의존도가 50~60%까지 높아져있다. 이번 사태로 제품 출고시기 등에 문제가 많아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장은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매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해외 고객이 직접오지 않고도 도매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동대문 통합 온라인 플랫폼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지현 기자 jeny@ayzau.com
/정정숙 기자 jjs@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