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소비유통시장
마스크 공장만 24시간 풀가동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패션섬유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관련 제조 생산, 유통 패션섬유 기업들은 마스크 대란으로 다각적인 대응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는 소비부진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백화점 2월 첫째주 주말(2월 1~2일)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대비 11% 감소했다. 중국인 쇼핑객이 많은 명동 본점 매출은 전년대비 30% 급감했다. 신세계백화점(-12.6)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12.6%, 8.5% 줄었다.
6일 현재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면세점, 교외 프리미엄 아울렛, 홈쇼핑업체도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잇따라 임시휴업했다. 그리고 2~3일 방역을 한 후 정상영업에 들어갔다. 반면 온라인 쇼핑은 매출이 급증했다. 특히 손세정제, 마스크, 식품 판매가 매출을 견인했다.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2월 첫째주(1월31~2월2일) 마스크 판매량이 1월 초(1월10~12일) 대비 약 25배 늘었다. 현재 무신사스탠다드 KF94마스크는 품절상태다. 패션 아울렛 전문 쇼핑몰 아이스탁몰은 1월말 KF마스크 26만장을 5일 만에 완판했다.
마스크 품절 사태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 1장당 500~700원이었던 마스크는 1500~3000원까지 올랐다. 일부 인플루언서나 오픈마켓에서 5000원 이상인 곳도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5일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다. 매점매석 기준은 2019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는 행위다. 매점매석을 하다가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도소매점 뿐만 아니라 무역업체나 해외 매장이 있는 업체도 마스크 물량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원단 무역을 하는 H사는 지난주 중국 거래처 요청으로 공장 및 도매업체를 대상으로 제품을 수배했지만 대량 주문은 불가능했다. 이 회사 사장은 “거래처와 신뢰 유지 차원에서 직접 약국과 편의점 등 200여 도소매 점포를 찾아 겨우 3500개만 구입해 바로 중국으로 보냈다.
동대문 남평화상가 관리단은 상인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마스크 구입에 나섰다. 지난 3일 종로 의료기 상가거리를 찾았다. 남평화상가 이명보 상무는 “2월 3일부터는 보통 500원 하던 마스크 가격이 2000원~3000원까지 올랐다”며 “대량 구매를 하지 못하고 소량으로 50여개를 더 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기존 거래처인 마스크 공장에 1만개를 요청했으나 2월1일 5000개만 받았다. 가격은 기존 700원보다 2배 이상 오른 1400원선에 구매했다.
마스크 제조 생산업체들은 공장을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톱텍 자회사 레몬은 지난 3일 나노 멤브레인 소재로 만든 에어퀸방역마스크가 전량 매진됐다. 3일 국내외 예약 주문 수량만 1200만개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월 400만개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생산 즉시 출고하고 있는 상태다. 가격은 이번 사태 이전과 동일하다.
포천에 위치한 한 마스크 공장 대표는 “2년 동안 쌓인 재고가 많아 문을 닫을지 고민 중이다. 이번에 모두 팔고 공장을 풀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대구 한 생산업체는 “사재기가 많아져 지금은 기존 거래처에만 판매를 하고 있다. 재고는 모두 소진됐고 원부자재 수급이 늘어나면 생산량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납품 업체를 통해 물품을 공급받는 속옷업체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확대에 나선다.
쌍방울은 지난 3일 마스크, 방호복, 소독액 방액 필수품을 중국에서 생산, 공급키로하고 중국과 공급계약을 맺었다. 중국 길림 연변 주정부와 50만장 마스크 공급계약을 체결해 현지 마스크 생산을 본격화했다. 남영비비안은 지난달 30일 KF94 방역마스크 ‘뉴크린웰 끈조절 스타일 황사방역용 마스크 100만장을 중국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주)케이팝굿즈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패션섬유단지와 업체들은 발빠르게 감염증 예방에 나섰다. 국내 최대 패션산업단지이면서 유통시장이 밀집된 동대문에서는 지난 3일 서울 중구청과 각 쇼핑몰 관리단 및 동대문패션관광특구협의회장 총 70여명이 모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구청, 각 상가 대표와 상인회장 및 실무자들은 신종 코로바 예방에 대해 협조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중구청은 6일 현재 30여개 쇼핑몰에 총 3만여개 마스크를 지급했다.
/정정숙 기자 jjs@ayzau.com
여성복 매출 30~40% 급감
일찍 나온 봄 상품, 반짝 빛 보고 사라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성복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1월까지 따뜻했던 겨울 날씨로 봄 품번 출고를 서둘렀던 업계는 설 연휴 전후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크게 불거지자 매출과 발길이 뚝 끊겼다. 대리점과 백화점 의존도가 아직 큰 브랜드가 많은 만큼 고객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사태 이후 30~40%까지 매출 급감이다.
여성복 랩은 전년과 비교해 봄 품번 출고를 12월 중순 비슷하게 했다. 판매율은 2월3일 기준 전년과 비교해 3% 앞섰다. 조광희 이사는 “매장에서도 전년보다 봄 상품에 대한 판매 속도가 빠르고 상품 반응도 좋다고 했으나 지난주부터 입점 고객이 너무 줄어 걱정이다. 따뜻했던 겨울 날씨로 아우터 판매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모처럼 반등 분위기였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블루페페도 전년과 비교해 봄 품번을 15스타일 늘려 출고했다. 권혁남 상무는 “겨울 아우터와 코디 가능한 니트 아이템의 반응이 좋고 전년 비 출고가 빨라진 봄 컬러의 다양한 셋업물, 프린트 블라우스에 대한 판매가 나쁘지 않았다. 통상 비수기 시즌이지만 본격적인 상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3월에는 다소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apm플레이스에서 여성복 도매상을 운영하는 티알스마크 안은선 대표는 “하루 최소 2000~3000만 원 올리던 매출이 2월 들어 제로를 찍고 있는 날이 늘고 있다. 같은 층에는 아예 개시도 못했다는 점포도 늘고 있어 난관 극복을 위해 온라인 소매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봄 품번에 대한 중국 관련 생산 또는 소싱 관련 입고 물량은 원활하다. 신상품에 대한 반응은 계절감 영향으로 뚜렷한 성장세다. 니트 이너와 블라우스, 슬랙스, 자켓&슬랙스 셋업 등 봄 신상품에 대해 다양한 아이템에 대한 판매가 호조다.
렙쇼메이는 수스, 르피타, 메종블랑쉬의 봄 품번 출고를 보름~한 달 가량 앞당겼다. 2월3일 기준 봄 상품 누적 판매율이 전년과 비교해 5~16%까지 신장했다.
인동에프엔은 ‘쉬즈미스’ 봄 품번을 전년 82스타일에서 올해는 103스타일로 20%가량 크게 늘렸다. ‘리스트’도 전년 85모델에서 올해 94모델로 늘렸다. 전년 동기간에 숏 무스탕, 뽀글이 등 겨울 아우터류 판매가 좋았으나 올해는 트렌치코트와 자켓류 등 봄을 알리는 아우터 조기 판매가 뚜렷하다.
광저우 상품 소싱 비중이 50%가량인 여성복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구정 연휴가 빨라 봄 상품 입고를 서둘러 4월까지 매장 출고 스케줄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섬머시즌부터는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우려된다”고 밝혔다.
/나지현 기자 jeny@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