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 맞은 대구경제, 악의적 클레임, 대금결제지연 등 구조적 악순환 우려
기업은 오더 실종되고 소매는 거래절벽 상황
베트남, 한국인 입국금지로 제품 퀄리티에 문제
2021-03-05 김영곤 기자
섬유산지 대구경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활동에 치명타를 입고 거래절벽 수준까지 치닫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 기업은 그나마 버티지만 지역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내수 거래 업체들은 아예 생산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난 겨울 유난히 따뜻한 날씨로 가을 겨울 장사를 망친 기업들은 올해 봄 여름 매출이 일어나는 3월을 기대하고 물량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매장에서는 고객 발길이 끊기고 생산 현장에서는 오더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대구 직물 업체인 텍스포츠 백동호 대표는 “오더량이 줄어든 게 아니라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제조업, 종업원 많은 기업, 금융자금을 쓰는 기업은 치명타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타 소량 물량만 주문이 들어오는 데 품질 검사는 더 까다로워지면서 물건을 팔아도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원단 유통기업 한 관계자는 “바이어 상담 자체가 어렵고 그나마 급한 상담은 별도의 외부 장소에서 잠깐씩 이뤄지고 있다”며 “비즈니스 소통이 중단되다 보니 브랜드 현황이나 시장 상황 파악이 안돼, 모두 개점 휴업 상태”라고 전했다. 직물업체들은 미래 경기 예측이 안되니 꾸준히 나가는 기본물 마저도 생산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 류홍근 본부장은 “OEM, ODM 공장들은 납기가 늦어지다 보니 수량이 줄어든데 이어 추가생산(repeat order)도 물량이 줄고 시기가 늦춰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20FW, 21SS 기획과 예측이 모두 안되는 상황이다. 구매 물량을 결정해야 발주를 하는데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을 향하던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 말은 있지만 아직 생산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류 본부장은 “유럽바이어들이 오더를 한국으로 돌리는 현상은 아직은 문의만 있고 실제 오더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 공장들은 지난주부터 생산준비에 돌입하면서 납기준수를 자신하고 있어 이들 바이어가 다시 중국으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사태는 지역을 넘어 해외 생산현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봉제공장이 가장 많이 진출한 베트남은 한국인 입국을 막고 있어 봉제 및 기술지도 인력 입국이 불가능 해졌다. 의류제품의 봉제 퀄리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코로나19가 더 지속될 경우 판매가 감소하고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원부자재 재고가 급증하는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체들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3~4월 중 악의적 클레임이나 자금결제 지연 같은 모럴 해저드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