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플(4) - 송리단길 일본식 선술집 ‘소요리’ - 인문철학자 ‘룡쉐프’의 음식철학

2021-03-13     정기창 기자
“아보카도는 완벽한 조연”이라는 룡쉐프(박범룡·37)의 말처럼 ‘소요리’ 음식에서 아보카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둠 사시미(29,000), 광어와 우니(30,000) 같은 고정 메뉴 외에 종종 새롭게 고안해 선보이는 요리에서 아보카도는 주연보다 나은 조연의 힘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주연은? 그는 ‘재료가 전부’라고 말한다.
“모든 재료는 냉동하지 않고 생물로 소진한다. 1주일 정도 숙성해 내는 고등어, 방어는 사흘에 한번 꼴로 가락시장에서 사오고 잘 팔리는 재료는 당일 치기로 조달한다. 냉동물을 많이 쓰는 조개도 생물만 사용한다.” 덕분에 이 곳 음식은 원재료의 풍미가 입안에서 맴돌아 좋다. “좋은 재료가 들어왔는데 손님이 없으면 안타깝다”는 말이 그래서 나올지도.
소요리는 잠실 송리단길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아담한 크기와 따스한 조명 불빛이 입구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일본식 선술집이다. 참치초밥(4,000) 등 단품에서 튀김과 회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입맛 까다로운 손님이 와도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다.
룡쉐프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바로 요식업에 뛰어 들었다. 자취할 때 친구들에게 음식을 해 먹이는 게 그렇게 재미 있었다고 한다. 2010년 첫 가게를 내고 한 때 먹방 TV프로그램의 대명사 테이스티로드에서 출연 섭외가 줄기차게 올 만큼 인기를 얻은 시절이 있었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젊은 나이에 꽤 많이 번 성공한 친구로도 회자됐다.
인문철학을 전공한 룡쉐프의 음식철학이 궁금하다. “나는 희소성 있는 스타 쉐프는 아니다. 소스를 많이 다루는데 대중이 이런 맛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한다. 요즘 음식점은 가게만 화려하게 하고 마케팅 위주로 운영되는데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대박은 자신 없어도 안 망할 자신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