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실물경제 타격 본격화…혁신적 O2O 기업 소비절벽 못 이기고 폐업

오픈 24일 만에 문 닫는 40대 패션사업가의 좌절

2021-03-27     정정숙 기자
“희망찬 비전과 플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쇼룸 입점사와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고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코로나 19여파로 더 이상 체험 공간을 제공하기에는 최악의 시국을 맞았다. 입점사에게는 1%도 피해가 없도록 최고의 노력을 다 하겠다.” 패디코리아가 3월1일 오픈한 패션편집샵 ‘패디230’이 코로나 19로 인한 소비절벽을 이기지 못하고 24일 만에 사업을 접었다. 윤인철 패디코리아 대표는 입점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패디코리아가
코로나 19의 부정적 영향이 실물경제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경제 최일선에 있는 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소비절벽에 직면하면서 연쇄 도산을 목전에 두고 떨고 있다. 패디 230은 감각적인 디스플레이와 혁신적인 O2O 사업 모델로 패션 1번지 청담동에 문을 열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992㎡(300평)의 오프라인 쇼룸은 독립서점이 입점한 복합 문화공간을 표방했다. 상품은 오프라인에서 접하고 구매는 QR 코드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기존 매장과 비교해 체험에 중점을 둔 유니크하고 신선한 컨셉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를 반영하듯 룩캐스트, 레이브 등 국내 브랜드와 채뉴욕(CHAEnewyork), 문초이(MOON CHOI)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80여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패디230은 10개월여 준비 끝에 오픈한 매장에서 불과 3월,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며 산업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장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큰 자본을 가진 대형 법인을 제외하고는 기업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변수로 접근 방식 자체가 과거 방식은 통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업 경영에 막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는 코로나 19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 경제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위기로 기업들은 매출이 줄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며 “유동성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보다 방역에 최우선을 두는 단호한 조치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이 최선의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길어질수록 기업들 매출 감소는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이 사태를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5일 패디230 쇼룸 매장에는 입점 브랜드에 옷을 보내기 위한 박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직원들은 회사문을 닫는다는 전날 통보가 믿어지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었다. 매장을 정리하던 한 직원은 “오픈 초기 행사 기간에는 하루 100여명이 찾은 적도 있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패디230은 쇼룸 내 재고를 이번 주에 전량 반품할 예정이다. 온라인 주문과 쇼룸도 곧 종료할 계획이다. 3월 판매대금과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연 리퍼브 행사 대금은 오는 4월10일자로 정산할 예정이다. 패디코리아에는 매장, 물류 등 총 20여명이 근무했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온라인과 연계되는 쇼룸 비즈니스 모델은 디자이너 편집샵이 가야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패디 230이) 혁신모델을 제대로 보여주기 전에 폐업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