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플(7) - 망우삼림, 사진작가의 이상이 담긴 곳
2021-04-10 최정윤 기자
성수동 대로변을 걷다 짙은 초록색 입간판을 만나면 망우삼림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가로로 길다란 창에 짙은 청록 커튼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흔들린다.
좁은 계단을 밟고 3층 문을 열면 아늑하고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아래서 올려다봤던 붉은 꽃이 가득한 청록색 커튼이 외벽 창문을 따라 시야를 채운다. 자세히 보면 ‘망우삼림(忘憂原始林)’ 네온사인이 희미하게 빛난다.
직원들은 사진을 종이에 담아내느라 분주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접수를 받는 사장과 필름을 자르고 정리하는 직원, 완성된 사진을 봉투에 담는 직원이 보인다.
어떤 손님은 일회용 필름 매대 앞에 쭈그려 앉아 고심하고, 또다른 손님은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주먹을 꼭 쥐고 직원에게 필름을 건낸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커튼과 구색을 맞춘 테이블보가 눈에 띈다. 사진을 접수하고 기다리는 동안 앉도록 준비해뒀다. 의자에 걸터앉으면 발치에 놓인 레트로 텔레비전과 사진 엽서, 오래된 물건이 전시된 벽이 보인다.
사진작가면서 동시에 망우삼림을 운영하는 윤병주씨는 20대 시절에 살던 집을 떠올리며 내부를 꾸몄다고 말한다.
8090년대 공산품을 좋아해서 망우삼림 한 켠을 꾸몄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로 오롯이 공간을 채울 계획이라고 했다. 이제 망우삼림 초기에 자금부족으로 급하게 샀던 유리장식장 하나만 더 바꾸면 된다고 밝혔다.
망우삼림에서는 사진 현상(3,000) 외에 증명사진(20,000)과 여권사진(20,000)도 찍을 수 있다. 증명사진을 찍는 새하얀 벽 한 켠에는 소리를 꺼둔 애니메이션이 영사돼 망우삼림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