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매 할것없이 날씨만큼 매출 ‘썰렁’
지난 18일 새벽 0시 30분. 동대문 운동장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받아서 운동장을 지나 동부 도매 시장으로 들
어가는 길이 무척 한산하다. 예전 같으면 20∼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지만 이제는 차량들이 아무런 막힘없
이 쌩쌩 내달린다.
동대문 주차장과 인접한 대로도 신호대기를 기다리는
몇대의 차량만 있을뿐 이전과 같은 꼬리를 무는 행렬은
구경할 수가 없다. 시장 상인들의 푸념이 그냥 지나가
는 엄살이 아님을 실감케 된다.
반면 두타, 밀리오레, 프레야 타운 등 소매 상가가 밀집
한 서부 상권에는 젊은 청소년들의 활력으로 생기가 넘
친다. 얼핏 보기에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
이지만 실상 이들의 손에는 마땅히 들려 있어야할 포장
봉투가 없다. 실제 구매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
다. 동대문 시장의 축을 이루고 있는 소매 및 도매 상
권, 그리고 이들을 지탱하는 인근 창신동 일대의 생산
공장 현황 파악을 통해 IMF 한기를 본격적으로 맞고
있는 요즘 시장 경기를 진단해 본다.
■ 소매 상권
동대문시장 서부상권을 대표하는 두산타워, 밀리오레,
프레야타운 각종 이벤트 및 시장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
하고 매출면에서는 IMF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쾌한 음악과 화려한 네온싸인, 젊음을 만끽할 수 있
는 이곳 소매시장을 찾는 이들은 오후부터 새벽까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지만 단지 쇼핑만을 또는 이벤트
행사만을 목적으로 찾는 이들이 대다수이다.
쇼핑에서 구입까지 소비자 욕구 만족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이 아직 실제 시장경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
주요 고객이 10∼20대 초반인 만큼 소비를 위해선 아르
바이트나 부모님이라는 한 단계의 경로를 더 거쳐야 하
기에 어려움이 더욱 커진다.
매장에서는 판매 촉진을 위해 더욱더 애쓴다. 친절은
기본 사항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도매시장 제품 이용
을 줄이고 생산공장 하청이나 직접 생산공장을 설립,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 속도를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다.
평화시장에서 30년간 숙녀복 전문 도매업을 하다 프레
야타운 3층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남성
캐주얼 전문 매장 「마스크」를 개장한 김유훈 사장은
“도매시장이 어려워 소매시장에서 IMF 한파의 자구책
을 찾으려 했으나 아직까지 소매시장도 어려운 실정이
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김사장은 “동대문은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역시 비전 있는 곳이다.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번
기회를 거울 삼아 동대문이 만개할 때까지 동대문을 지
키고 싶다”고 한다.
밀리오레 2층에 위치한 여성 토틀 캐주얼 전문 매장 지
퍼(대표 서봉권)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출한 디자인
을 생산공장에서 제작해 일본에 수출하며 매출확대에
나서고 있다.
서사장은 “한발 앞선 컬러과 디자인으로 IMF때 더욱
호황을 누렸다”며 “요즘 수출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
지만 확실한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노력이 바탕이 된다
면 이 난관은 쉽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
어 말했다.
한편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성수기를 맞는 핸드백,
구두등 피혁잡화와 캐쥬얼 정장등은 여러 종류의 제품
을 선보이며 매출 신장에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
다.
수출에서도 많은 변화가 발견되고 있다. 올들어서는 동
대문시장에 러시아상인이 줄어들고 젊은 일본 보따리상
인이 몰려들고 있다.
일본 보따리상(일명 하꼬비)은 과거 30∼50대 연령층이
주고객이었으나 현재 20∼30대 후반까지 연령층이 낮아
지는 추세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일본상인들은 한발 앞선 동대문 시
장의 패션 동향을 파악하여 현지에 직접 판매, 시장제
품 붐 조성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류 중 베이지색, 흰색, 아이보리색, 하늘색
등 밝은 색상의 반팔 티셔츠와 면바지, 청바지등 단품
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실정. 러시아 보따리상은 자
국 경제 악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작년에 비해 약 1/10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동대문시
장을 찾는 보따리상인이 감소하면서 물량도 많이 줄어
든 상태다.
동대문시장 외국 보따리상이 주로 이용하는 이스턴호텔
의 총지배인 우성근(한국관광호텔지배인협회 재무이사)
씨는 “요즘 투숙객 중 50%가 일본인이고 작년에 비해
약2∼3배 늘어났다. 러시아인은 소수에 불과하고 중국
인은 단체로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승훈 기자 jsh@ayzau.com
■ 도매 상권
도매와 소매의 구분이 점점 없어지는 유통구조로 바뀌
고 있어 이같은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도매
상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대형의류센터가 전국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도매상들의
호황이 예상됐던 일반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