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최악의 불황 딛고 하반기 재정비 나선다

2021-07-17     김영곤 기자

■ 공포심에 얼어붙은 상반기
2020년 상반기 대구 섬유경기는 역대급 최악이었다. 내수 오더 절벽에 이어 수출까지 뚝 끊어져 공장 가동율은 절반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31번 확진자가 대구에서 발생한 2월 18일 이후에는 대구시 전체가 움직임이 없는 도시로 바뀌었다. 

대구에서 가장 큰 섬유전시회인 PID, 패션페어 및 섬유기계전시회는 취소되고, 날로 늘어나는 확진자와 함께 대구 경북 전체에 드리워진 공포감에 희망을 잃었다. 염색단지 공장 전체가 문을 걸어 잠근 상태에서 기계를 가동했다.
지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출입을 할 수 없었고 외부 방문객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업교류는 물론 바이어 및 생산처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가 일시 중지 상태로 바뀌었다. 오더도 뚝 끊어졌다. 브랜드에서 기획물량을 1/4수준으로 줄였고, 유명 브랜드 매출은 최대 90%까지 떨어졌다. 수출상황은 더 심각했다. 작업중이던 오더가 일방적으로 취소됐고, 선적 대기 중이던 수출물량마저 보류됐다. 수출대금 결제지연과 함께 하반기 오더 불투명의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염색공장에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대구경북 섬유업계 80%가 조업단축 및 휴업을 실시했다. 당시 섬유경기 체감지수는 극심한 불황을 반영하듯 5, 6월 44.5까지 떨어졌다. 합섬제조사들은 월평균 3만7000t 생산하던 물량을 1만t 이하로 감산했고, 대구염색공단에 소재하고 있는 127개 업체 중 80%에 해당하는 100여개사는 휴업 내지 단축조업을 실시했다. 공장가동율은 50% 이하로 뚝 떨어졌다.
맞춤형

■ 하반기, 휴폐업 악순환 끊기 위해 안간힘
하반기 역시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유지지원금과 긴급자금으로 버티던 섬유업체들이 하반기 들면서 수주물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폐업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벌써 나돌고 있다. 

섬유업계에서 정기적으로 나돌던 추석 위기설이 더욱 심각하게 회자되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은 대량 해고, 휴·폐업의 악순환 도미노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3분기 역시 수출 오더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보는 것이 현시점 정확한 상황판단이다.
2019
미주 유럽과 중동 주력 바이어들의 물량 기획소식이 전혀 없다. 코로나 2차 팬데믹이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상반기 코로나가 시작된 후 어떻게든 버텨오던 중소업체의 사활 의지가 꺾이는 시점이 하반기다. 이미 곳곳에서 “미래를 기약할 것인가? 여기서 더 이상의 손실을 막고 사업을 접을 것인가?”하는 현실적 고민의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다이텍연구원은
다행스럽게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돼 오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는 지난 6월4일부터 이틀간 맞춤형 소재상담회 ‘2020 나우 인 대구(Now In Daegu)’를 개최해 국내 주요 167개 브랜드 380여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막혔던 영업 및 마케팅을 재개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오는 8월28일부터 대구EXCO에서 ‘2020글로벌 B2B 패션수주전’을 개최한다. 올해 3월 취소된 패션페어를 대체하고 국내 패션경기 활성화 및 매출확대를 위해 무료로 참가를 지원한다. 
세아섬유는
한국섬유마케팅센터는 중국 심천에서 열리는 ‘심천 섬유직물 박람회(Intertextile Pavilion Shenzhen)’ 전시회에 참가한다. 일반 기업들 참가는 힘들지만 마케팅센터는 업계를 대표해 단독으로 참가해 마케팅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온라인 비대면에 집중하고 있다. 회원사 업체별로 타겟 바이어를 설정하고 직접 연결시키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동남아, 미주에 이어 상대적으로 마케팅이 약한 유럽지역에도 거점확보를 추진 중이다. 회원사 대표자 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온라인 영업 강화, 스마트팩토리 도입 승부수
업계는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자동화 공정을 도입해 고임금 구조를 벗어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 다이텍연구원은 섬유업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까지 4년간 총 150억원의 국비 및 시·도 사업비를 투입한다.

패션사업도 결국은 온라인화, 플랫폼구축이 필연적이다. 오프라인의 강점은 유지하되, 온라인의 특성을 활용한 양방향 채널로 패션섬유업이 발전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핵심성공요소는 결국 최종소비자와 차별화된 강점의 제품제공자를 동시에 확보하는 일이다. 연구과제로만 끝나지 않고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진행 일정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무인화 로봇 공정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은 로봇화 사업을 추진한다. ‘2020년 제조로봇 선도보급 실증사업’과제를 진행하며 컨소시엄을 모집한다. 섬유공장에 로봇이 도입되면 단순 반복작업, 안전사고 노출 업무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미래섬유산업에서 로봇활용은 필수적이다. 

■ 스마트팩토리 도입 사례 | 삼영인터텍 - “생산성 오르면서 투자금 1년 만에 회수했어요”
국비 지원받아 전산 물류 시스템 도입

경산에 위치한 원사 가연가공업체 삼영인터텍 최정식 사장은 1년전 전산 물류시스템을 도입했다. 관리자가 일일이 재고 동선을 관리하고 순간 메모로는 도저히 일을 감당해 내기 어려웠다. 공장 자동화를 목표로 했고 우선적으로 재고 관리 전산도입부터 실시했다. 국비 50% 지원으로 총 6000만원을 투자해 1단계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구축 완료했다. 

삼영인터텍
최정식 사장은 “공장에는 뛰어난 담당자들이 각자의 일에만 열심이다. 그러나 모두 자기 목소리만 낼 뿐, 소통과 협력 없는 자기 주장은 소음 그 이상은 아니다. 시스템은 이 쪽에 포커스를 두고 투자를 했다. 지금은 서로의 진행상황을 완벽히 공유하고 화음을 맞추는 오케스트라 같은 구조를 갖추었다”고 이전을 회상했다.  “시스템 도입 후 공장의 흐름이 20% 이상 좋아졌고, 불량률 및 일정관리 등 모든 부분이 통제가능한 범위 내로 압축됐습니다. 특히 창고 관리는 공간 효율이 100% 이상 개선되었죠. 단 1kg의 원사도 100% 전산 관리되면서 버려지는 일이 없습니다. 효율측면에서 바라보면 1년간 투자금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했습니다.”  최정식 사장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섬유업체에 전산화와 자동화가 이뤄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