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대기자의 화판(化板)-21]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
장수기업 핵심은 사람경영
人事 萬事, 모든 일의 핵심은 사람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돼야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정의’와 ‘신중함’ 필요
2020-07-24 김종석 기자
주식투자가 주업인 개인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성을 분석해 돌다리 두들기듯 투자를 결정한다. 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자산을 잃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투자를 생각하는 회사 근처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하며 직원들 얼굴속에서 그 회사의 미래를 본다. 전에 자주 듣던 말인데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상황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며 결국 그 회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되야 투자를 받고 성장도 담보할 수 있다.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에 비유된다. 고인물이 썩듯, 기업은 변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국내 또는 전세계적으로도 50년 이상 업력(業力)을 가진 장수기업은 별로 없다. 오랜 조사 결과 3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것은 ‘사람’ ‘선구자정신’ ‘장인정신’이다.
역사속에 존재하는 장수기업은 한 영웅에게 의존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 경영을 잘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업 스스로 시장 변화에 발맞춰 바꿔 나갔고 끊임없이 혁신을 찾는 와중에도 전통과 원칙을 지켰다. 결국은 ‘미래를 대비하는 경영자의 혁신과 결단력’이 핵심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패션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가운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가 있다. 1998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룰루레몬(lululemon). 지난 10년 동안 큰 성공을 거둔 브랜드에 속한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시에는 크게 각광받지 못했던 요가복 시장에 일찍 진입했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예측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룰루레몬이 나이키 아디다스가 버티고 있던 스포츠 시장에 요가복으로 도전장을 내밀것이라는 상상은 못했을 것이다.
룰루레몬은 홀세일(wholesale) 방식에 의존했던 이전 사업 방향과 전혀 다르게 직접 고객들의 경험을 파악하고 물건을 체험하게 하는 혁신적인 방향으로 사업형태를 바꿨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경영자가 ‘시장을 바라보는 눈’과 ‘추진력’에 기인한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영전문가는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이것은 국가나 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며 그만큼 한 사람의 역할은 중요하다.
‘사람의 중요함’은 단체장 선임 과정에도 적용된다. 향후 3년간 한국 섬유패션산업을 이끌어갈 수장이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임시총회에서 지난주 결정됐다. 축하를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씁쓸함은 지울 수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밀실협의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성기학 회장이 주축이 된 현 추대위가 밀실에 모여 의견을 수렴하는 임의기구로 전락한 느낌이다. 추대된 수장이 설득력을 얻고 업계를 대변하기 위해선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최소한 후보자들에겐 공정한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했다. 더불어 추대위 5인도 업계나 단체를 대표할 만한 인물로 구성돼야 합리적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 후임 인선 과정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현 단체장이라는 것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섬산련 수장을 뽑는 일은 제갈량을 뽑았던 유비의 진지함과 신중함에 비유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중요하다. 단체나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키(key)는 사람이다.
경영자의 판단력과 결단력은 가장 존중돼야 할 가치다. 기업이 비용 절감과 글로벌 아웃소싱 효율성만을 최우선시하면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다가올 미래엔 서바이벌 게임의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에 제2의 인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한다. 향후 100년을 내다보거나 제2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정의’와 ‘신중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기업이나 단체는 비판적인 거리에서 현실을 바라보고 사람을 선택하고 뽑아야 한다. 그 행위 자체가 신성시되야 새로운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