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섬유협회 김국진 회장 - 대기업 납품으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 1위 강소기업 보고 달려야 살아남아
제조업은 기술투자가 필수
이는 곧 사람에 대한 투자
협회, 석박사급으로 전문화
정예조직으로 탈바꿈 구상
2021-08-21 정기창 기자
한국화학섬유협회(이하 화섬협회) 김국진 회장은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 업계가 변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조직 문화에서 기업 리더십까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구습을 타파하지 않고는 살아 남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뒷받침하는 협·단체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2018년 7월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를 넘겨 받아 신임 회장에 취임한 김국진 회장은 종로구 적선동에 있는 협회 공간부터 바꿨다. “사무실 구조가 이상하더라. 직접 도면을 그리고 인테리어를 바꿨다. 필요 없는 창고를 없애 사무 공간을 넓히고 사무실 한 켠에 있는 캐비닛과 문서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김 회장은 환경은 사람 의식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그래서 사무실을 강남으로 옮기는 것을 고민했다고 한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협회 가치를 올리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화섬협회는 1986년 현재 자리로 이전해 지금까지 34년을 줄곧 한 곳에만 있었다.
당시에는 서울시내 최고 요지였지만 지금은 경제의 중심축이 강남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아직은 미지수다. 회원사와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일이 남아 있다. 더 큰 일은 조직의 변화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인력을 정예화 하는 방안이 그의 책상에 올라 있다.
“석·박사 위주의 소수정예 조직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나 맥킨지 같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한국 화섬산업을 연구할 때 우리 협회를 통해야 할 정도로 전문화된 조직이 돼야 한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예전 화섬협회는 힘이 막강했다. 화섬 공장 증설에는 반드시 협회 직인이 필요했고 30~40명 되는 직원이 적선현대빌딩 260평 공간을 다 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100여평 공간을 쓰고 나머지는 임대를 주고 있다.
화섬 강국 일본과 비교하면 협회의 위상 축소는 더 눈에 띈다. 일본화학섬유협회는 우리의 한국섬유산업연합회격인 일본섬유산업연맹보다 인력이 더 많고 조직도 크다고 한다.
일본은 도레이 같은 글로벌 소재기업이 위상을 굳건히 지키며 협회와 발맞춰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 원사부문을 철수한 코오롱머티리얼이 빠져나갔고 경남 울산의 롯데 계열사 케이피켐텍은 폴리에스터 생산을 중단, 그나마 몇 안되던 회원사 수마저 줄었다.
김 회장은 그래도 우리 기업과 인력의 역동성을 살리면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글로벌 1등을 향해 달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섬유산업을 비관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역동성이 살아 있는 나라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는데 우리는 단시간내 극복했다. 실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효성을 보자. 타이어코드, 스판덱스에서 탄소섬유까지 모두 잘 해내고 있지 않나. 제조업은 기술투자 안 하면 미래가 없다.
이는 곧 사람에 대한 투자다. 자그마한 중소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세계 1등이 돼야 살아남고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대기업에 납품해서 회사를 키우는 시절은 지나갔다. 독일 일본처럼 강소기업으로 세계 1등을 지향해야 한다.” 그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에서 몇 년간 살 때 이야기다. 미국 사진사들은 사진을 찍을 때 경직을 풀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끌어내기 위해 난리를 친다. 리더십의 차이를 느꼈다. 리더는 일을 하게끔 직원을 설득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는 지시만 내린다.”
김 회장은 “이 세상은 창의력과 상상을 가진 사람들이 바꿔왔다”며 학연 지연으로 엮인 한국 사회를 변화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존댓말을 쓰는 문화를 심고 싶다고 했다. 위계와 권위주의적 문화가 만연한 사회를 좀 더 개방적이고 평등한 수평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