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윤관형 본부장 - 엄마카드 쓰는 2030이 백화점에서 사는 구두

편안함 앞세워 직장인과 소통 합리적인 가격대로 부담 줄여

2021-10-22     최정윤 기자
코로나 19 이후 제화 업계는 큰 고민에 빠졌다. 기한이 정해진 역경이라면 확실한 전략을 짤 수 있지만 내년 봄까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바라는 2030을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서고 있다.

- 바바라는 플랫슈즈를 기반으로 토탈을 전개한다.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나?
“여성 구두 트렌드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9cm정도 높은 스틸레토나 펌프스 힐이 주요 상품이었다. 지금은 편안함이 대세다. 구두도 편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낮은 굽의 편안한 로퍼와 드라이빙 슈즈가 인기다.

예전이라면 사회가 여성 직장인에게 달라붙는 정장과 높은 힐을 강요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봐라. 어느 20대 직장인이 불편한 힐을 신고 있나. 편한 신발을 한 번 신기 시작하면 불편한 신발을 신기 힘들어진다. 바바라는 편안함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충분한 강점으로 작용할 거다.

- 백화점 구두브랜드는 4050세대가 주 고객층이라는 인식이다. 바바라는 어떤가.
“구두는 주 고객층을 추적하기 어렵다. 엄마카드를 긁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백화점 재구매율을 보자. 작년 초 신세계 강남점의 바바라 구매고객 평균 연령은 31세로 구두브랜드 중 가장 어렸다. 2030이 신는다는 소리다. 편안하고 품질 좋은 신발을 찾는 소비자가 젊은 층에 늘어났다고 본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데일리로 신기 편하다는 장점도 크게 작용했다.”

- 한 켤레 3만원인 온라인 저가 구두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신발은 신어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사람마다 발볼이 다르고 착화감도 다르다. 최소 10만원이 넘는 고가 구두는 신어보지 않고 선뜻 구매하기 힘들다. 고가구두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크게 확장하기 힘들다.

저가구두는 쉽게 신고 버리기 편하다. 안 맞으면 새로 사면 된다.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지난 2~3년간 온라인 저가구두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한 기업당 연매출 약 300억원을 벌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3만원에 좋은 소재와 다양한 디자인을 추구하기 힘들다. 금속 장식을 달거나 천연가죽 소재를 사용하면 곧바로 8만원대로 가격이 올라간다. 소비자들은 저가 브랜드에 기대하는 가격대가 확실하다. 가격을 낮추려면 디자인이 단순해야 한다. 온라인 브랜드들이 런칭한지 3년이 지났고, 이는 매 시즌 비슷한 데일리 아이템이 3번 반복됐다는 것을 뜻한다. 바바라도 온라인을 공략해야겠지만 가격을 낮출 계획은 없다. 소비자에게 약속한 다양함과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이다.”

- 고가구두를 할인판매하는 가격정책이 시장을 망친다는 시각이 있다. 바바라는 정찰제를 시행하는가.
“제화업계의 오랜 관행 같아 보인다. 소비자인 나도 백화점 구두 매장을 방문하면 최소 20% 할인해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19로 할인해서라도 판매하는 게 낫지 않나. 재고 없이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어쩔 수 없다.

바바라는 정찰제를 유지하려고 한다.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해가 된다. 가격을 한 번 낮출 수는 있어도 올리긴 힘들다.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라고 각인된다. 물량조절로 타격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모두 내년 봄까지 잘 살아남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