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성수동이 수제화로 유명했다고? 정말?

2021-11-12     최정윤 기자
“성수동은 카페 거리죠! 수제화로 유명했다고요? 나 태어나기 전인가?” 10년 전 수제화로 이름을 알렸던 성수동은 힙한 카페로 유명한 곳이 됐다. 지금의 1020은 국내 수제화 산업에도, 성수동의 역사에도 관심이 없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성수 힙플레이스는 서울 제조업이 흥했던 흔적만 남은 건물에 세워진 2020년형 카페와 식당이다. 정작 헤리티지라고 불려야 할 서울의 역사는 제조업에 있음에도, 헤리티지를 내세우는 곳은 성수 카페다. 전문 바리스타가 해외에서 수입한 원두를 썼다는 설명이 곳곳에 보인다. 서울시와 성동구청이 손잡고 만든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에 관심갖는 일반 시민은 드물다. 1층에는 쇼룸을 갖췄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인적이 드물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자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쇼룸 방문은 불가능해졌고, 외출이 줄어들자 수제화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수제화 공장 중 연락이 끊기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성수수제화가 갖는 장점은 맞춤제작, 좋은 소재, 편안함, 고품질이었다. 부가가치가 올라가는만큼 가격도 비싸다. 중국산 저렴한 신발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고, 수제화를 고집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쉽게 저렴한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가격경쟁에서 밀린 성수수제화는 카페로 채워진 거리에 이중으로 밀려나 자리를 잃고 있다. 제조업이 살아나 도시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일은 정부기관이 맡아야 할 일이다. 당장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성수 수제화 산업을 살리는 여러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