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몰락과 외면된 원칙

2001-02-07     한국섬유신문
트랜드가 급변하는 시대에 패션을 만드는 사람이나 입 는 사람 모두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판단 기준이 모호해져 버린 이 시대에 최근 엄청난 속도로 사세를 확대해 가며 이미지 상승효과를 누렸던 한 기업이 무너 졌다. 게다가 참담한 것은 죽을때 혼자 죽는게 아니라 그 엄 청나고 방대한 사상누각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프로모 션 업체와 소재업체들이 하룻밤이 멀다하고 엄동설한 저편으로 속속 나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요즘 패션업계에는 가뜩이나 동종업계들이 법정 관리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겪고 있어 심란한 판에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담담한 허탈감과 함께 파 장은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다. 무리한 사세확장과 차입경영이 부도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지만, IMF이후에 사라진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몰 락과 비운의 결말에 대해서 다시한번 떠올리게 해준것 만큼은 틀림없다. 그리고 만약 이자리에서 ‘브랜드란 마치 생명체와 같 아서 어린아이를 키우듯이 장기적인 투자와 꾸준한 사 랑을 퍼부어야 했었다’는 패션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것 이다. 어쩌면 오히려 갖은 기술 하나 없이, 남들 하는대 로 모두가 ‘헤쳐 모일 수 밖에 없는’ 국내의 패션시 장의 현주소를 무시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에 대해 강력한 반문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돌입한 국제화 시대 물론, 이시점에서 선진국형 패션산업과 우리네 그것을 비교하며 상대적인 열등감에 시달린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유럽의 패션 산업은 수백년동안의 그들의 전통을 바탕 으로 발전해 왔고, 일본은 주변국의 불행을 바탕으로 선진적 기술감성을 단독 흡수해온 나라이며, 그에 비 해 우리는 이런저런 터널과 과정을 모조리 생략한채 어 느 순간부터 그들과의 경쟁에 휘말려 있다는 것은 삼척 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바람에 우리네 패션 산업은 어딘가 다소 미완성적인 모습으로 내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 실이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국제 경쟁시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이쯤 가르쳤으니 이제 내기를 하자’고 덤 비는 서구 자본 국가들의 원격조정 식민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각오가 필요할 것인가. 사물을 보는 집중력을 높이고 성장보다는 축소를 더 강 조해야 하며, 자원을 방출하고 다른 회사들보다 효율적 인 관리를 위해 자신의 기업을 파괴할 수 있는 용단이 지금 요구되어지고 있다는 말 정도는 이제 식상하기 조 차하다. 카리스마로 발전하는 유럽패션 모든것을 아까와하고 애석해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각박하다. 서구 자본국가들도 이제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선을 다 변화하기 위한, 브랜드의 다양화를 미덕으로 삼았던 시 대착오적 발상의 무모함과 콘트롤 할 수 없는 거대함보 다 자신의 노하우를 소중히 여기고 훌륭하게 키우는 일 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얘룰들어, 엘메스의 스카프.. 올드 잉글랜드의 가디건과 스웨터 앙상블.. 니나리치의 케이프.. 쁘띠 마트로의 세 일링코트.. 샤넬의 이어링.. 버버리의 레인코트.. 라꼬스 떼의 폴로.. 아렐의 굽낮은 펌프스... 헤인즈의 T셔츠.. 아니에스의 가디건..에피의 바케츠가방등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우리 귀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브랜드와 그들을 상징하는 정번 상품이자 프랑스 사람들이 수십년 심지 어는 수백년동안 키워온 자랑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의 워드로브나 라이프 씬을 보면 우선 패션감각과 주관이 처음부터 확고하게 설정되어 있어, 적어도 우 리처럼 잡지나 트랜드의 정보에 좌우되지 않는 범접할 수 없는 그 어떤 카리스마를 내포하고 있다. 그들은 이 미 잡지에 다루어 질 정도라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것의 증명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별해 낼 수 있을뿐 아 니라, 그 개념을 어떻게 먼저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 는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돈보다 필요한 애정과 사명감 우리는 어떤 결과만을 놓고 부러워하고 때때로 시기한 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고통과 인내의 시기를 거쳐왔는가에 대해서는 맹목인채 왜 우리는 이보다 못 한가에 대해 먼저 말하게 되는 것이다. 주체성 없는 사람들의 브랜드에 대한 맹신과 외제 선호 사상이 온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떠들어대지만, 그런말 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패션 산업에 대한 중요성에 대 해서 얼마큼 인식하고 그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나섰는 지 먼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책임있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언제까지 나 패션 산업의 원리가 ‘돈부터 벌고나서’라는 발상 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제 우리는 ‘돈을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