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장에서는 물건 사지말고 노세요”
핸드백 업계, 체험형 매장으로 브랜딩 시작
2021-11-19 최정윤 기자
지난 4월부터 시몬스 침대는 ‘침대가 없는’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성수동에서 첫번째 매장을 연 뒤, 굿즈(기념품)를 곳곳에 배치하고 사진 찍기 쉬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연필, 물총, 안전모, 쌀, 소주잔 등 침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물건들로 가득 채웠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오프라인 공간은 상품을 사는 곳에서 노는 곳으로 바뀌었다. 소비자는 부담없이 몇 번이고 옷을 걸치고 거울 앞에서 거울샷을 찍고 물건을 사지 않은 채 매장을 나선다.
쇼룸이나 체험형 매장은 즉각적인 구매가 일어나지 않아도 투자하는 공간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부터 준비해왔던 프로젝트였다”며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체험형 매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핸드백 업계는 체험형 매장을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핸드백은 ‘직접 만져봐야 하는’ 상품 중에 하나로 꼽히는 상품군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 중점을 두고 유통망을 확대하는 전략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구매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핸드백 업계는 브랜드 전용 매장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에서 걸쳐보고 사진 찍은 뒤, 온라인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빌라디메트로시티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메트로시티가 지난 5월 가로수길에 세운 체험형 공간이다. 이 곳은 메트로시티 상품보다 브랜드 분위기를 보여주는 공간에 가깝다. 실제 인물을 그대로 본떠 만든 마네킹이나 박물관을 연상시킬 조각상들을 세웠다.
마네킹은 엠티콜렉션 양지해 대표와 실제 모델 3명을 형상으로 옮겨, 모공과 핏줄이 보인다. 소파에 누워 주얼리와 가방을 걸쳐볼 수도 있다. 메트로시티 측은 “건물에 들어서면 브랜드를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이 곳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백화점에서 잘 팔리는 물건과 다르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체험형 공간을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는 직원과 대화할 필요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SNS에 공유하고, 친구들에게 가보라고 추천하며 소위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지난달 27일 성수동 골목에는 아카이브앱크가 쇼룸을 오픈하며 전시회를 시작했다.
아카이브 앱크 제품을 구매할 가상의 여성을 설정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물건을 수집한 집을 구경하는 전시회다. 식재료 사이에 꽂힌 구두와, 청소도구 위에 놓인 구두가 보인다. 식탁 위 접시에는 음식 대신 가방이 올라가 있다.
계단 옆과 벽에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각국의 기차표와 비행기표, 영수증, 책이 놓여있다. 쇼룸에 놀러온 사람은 이 여성이 수집한 자료를 가져갈 수 있다. 사람들은 커다란 거울 앞에서 신발을 신고 거울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MCM은 사무실과 쇼룸으로 쓰던 청담하우스를 전시공간으로 바꿨다. MCM이 협력하는 스트림 전반에 단계별로 적용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무형의 가치는 상품에서 담아내기 힘들다.
MCM은 이 공간에서 브랜드 지향점을 드러내기 위한 전시를 연다. MCM 측은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보여주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