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도 못 버틴 코로나 한파
관광객 많은 명동·가로수길 초토화
H&M·에이랜드 등 줄줄이 철수
2021-11-26 정정숙 기자
“코로나 19 2차 유행이 시작된 8월 이후 명동 상권은 폐점과 임시휴점 매장이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 19 3차 유행이 시작된 지금은 거래가 뚝 끊겨 임대 문의 조차도 없다.”(A 부동산)
패션 1번지인 명동 입구에 위치한 H&M 명동 눈스퀘어점에는 ‘11월30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은 H&M이 2010년 한국 진출 할 때 처음으로 문을 연 매장이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돌입 하루 전인 지난 23일 명동과 가로수길은 갑작스런 추위와 얼어붙은 경기로 거리가 을씨년스럽다. 최대 인기 로드 상권인 두 지역 메인 거리의 10여개 매장에는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상인들은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자 매장을 비우거나 폐점을 한 결과다.
명동은 에이랜드와 H&M, 휴아유, 게스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빠져 나갔다. 가로수길은 난닝구를 전개하는 엔라인의 라이프스타일샵 ‘네프호텔’ 과 루이까또즈가 운영하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루이스클럽 및 라인프렌즈 등이 경기 침제와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돼 매장 문을 닫았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내수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홍대 상권은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지만 관광객이 많은 명동 상가들은 가장 먼저 매출이 떨어졌고 타격도 컸다”며 “앞으로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전세계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시점까지는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관광객으로 넘쳐났던 명동 로드 상권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중구의 롯데영플로자 맞은편 명동 초입에 위치한 스파(SPA) 브랜드 H&M도 11월말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게 됐다. 맞은편 화장품 가게 올마스크스토리 매장과 에스마켓 매장 유리문에도 임대를 스티커가 붙어있다.
한 대형 의류 매장에서 ‘롱패딩 5만5900원에 팝니다’라는 소리가 거리를 채우고 있지만 노점이 모두 사라진 거리는 드문 드문 오고가는 사람들만 있어 스산하다. 전국 최고 땅값을 자랑하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에서 걸어서 100M 떨어진 곳에도 3개 이상 점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장 곳곳에는 직원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명동8나길에 위치한 라인프렌즈 명동 플래그십스토어도 임시휴업을 알리고 있다. 메인 통로를 지나 골목 상권은 저녁 6시인데도 점포 문이 닫힌 곳이 더 많았다. 2개 중 1개 점포는 폐점했거나 임시휴업을 알리고 있다.
이곳 명동에서 상반기 문을 닫은 편집샵 가게 대표는 임대기간이 남았지만 매장을 뺐다. 코로나로 적자가 계속되면서 인건비도 안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 19가 계속되면서 인건비 만큼도 못 벌고 있다.
문을 닫고 임대료만 내는 것이 더 나은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10월말 한국감정원의 2020년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건물) 공실률은 6.5%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9월 기준 전국 폐업점포 지원사업 신청 현황 건수도 지난해 대비 49.5% 늘어난 9720건으로 집계됐다. 명동 상권 소규모 상가의 3분기 공실률은 28.5%로 4 곳 중 한 곳 이상이 공실로 조사됐다.
중대형 상가 명동 3분기 공실률도 1분기보다 2.4%p 높은 9.8%다. 한국감정원이 2013년부터 시작한 상가 공시률 공표 이래 가장 높다. 가로수 상권도 매장이 텅텅 비어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로수 초입 탑텐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단기 팝업이나 임대 매장 주인을 찾고 있다.
난닝구를 전개하는 엔라인의 라이프스타일 매장 네프호텔이 빠져나간 건물도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 화장품 바닐라코와 VDL 브랜드 간판 만이 붙어있다. B 브랜드 대표는 “브랜드입장에서는 플래그십스토어로 좋지만 월세가 한 달에 2억원씩 나가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