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新소비자 권력 시대가 온다

스마트 디바이스 익숙한 MZ세대가 주축 온오프라인 경계 허물어지고 자리 바꿈 ‘경험과 가치’ 소비 성향은 더 크게 가속

2021-12-30     정정숙 기자

#미국 스타트업 ‘베타(b8ta)’는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팔지 않는다. 오프매장은 단지 IT와 잡화 체험을 하는 곳일 뿐이다. 매장 천장에 15~24개 특수 카메라를 설치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다. 입점 브랜드는 이 고객 데이터를 제공받는 대신 월 250만원가량의 구독료를 낸다. 고객은 매장에서 상품을 체험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연간 300만명이 방문한다.

2015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베타는 현재 메이시스 등 5곳에서 총 9160만 달러(약 900억원)을 투자 받았다. 미국과 두바이에 24개 매장이 있다.

#일본 안경 제조기업 ‘진스(JINS) 홀딩스’는 지난해 온라인쇼핑몰에 가상 증강현실 기술 ‘진스 브레인’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진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얼굴 사진을 찍으면 가장 잘 어울리는 안경을 추천해준다. 2019회계연도(2018.09~2019.08)에는 전년대비 12.8% 성장한 618억엔(약 65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강력한 온라인發 공습이 시작됐다. 시장 주도권은 소비자가 쥐고 주 무대는 온라인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더 이상 상품을 팔지 않고 브랜드 체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AI(인공지능) 등 IT기술 발달로 초실감화 서비스 도입이 늘어나면서 온오프라인의 본격적인 자리바꿈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4~7면 PDF]

본지는 코로나19 장기화가 불러온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섬유패션산업의 변화를 조명하고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전문가들은 2021년 섬유패션 메가 트렌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Digital Transformation) 빅데이터(콘텐츠) D2C(Direct to Customer) MZ세대를 꼽았다. 여기에 베이비부머와 X세대의 부상, 디지털기업과 전통기업간 양극화가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종식되면 패션산업 큰 수혜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IGM세계경영연구원 특임교수)은 “2021년은 작년 경제위기에서 서서히 회복을 시작하는 ‘이탈점(Point of Exit)’에 서 있다. 디지털 기업은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2021년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 대표적인 소비보복이 일어날 수 있는 산업으로 패션부문을 꼽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언택트 비즈니스의 주무대인 온라인이 뉴노멀 세상의 표준이 된다. 작년에는 자체 생산력을 갖춘 D2C 브랜드와 온라인을 강화한 기업만 시장에서 살아 남았다.  기업들은 뉴노멀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세상을 경험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본격적인 소비자 권력시대의 도래다.
2015년

■디지털로 무장한 신인류, 포노사피엔스의 출현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최재붕 교수는 “상품을 파는 기업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권력을 가진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쓰는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출현으로 이전 세대와 격차가 ‘문명의 대혁명’이라고 할만한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신인류는 강력한 IT정보와 스마트 디바이스 활용으로 자발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며 팬덤을 만들고 이들은 다시 경제구조 전반을 변화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넷플릭스 무신사 젝시믹스 같은 브랜드는 강력한 MZ 세대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일본

■고객 초맞춤화 시대에 대비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업은 고객에 맞는 초맞춤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광석 교수는 “오프라인의 주 역할이었던 경험이 온라인에서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은 ‘경험 후 구매’ 소비 패턴이 정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한 더욱 방대한 고객 데이터는 필수다. 김 교수는 “미래 연료는 데이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가 표준이 되는 과정에서 (고객 소비성향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지연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온오프라인 역할이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전후의 모든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프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시대는 끝났다. 매장은 고객 경험과 체험을 극대화하는 공간과 온라인 플랫폼처럼 중개 역할을 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패션기업 ‘아메리칸 이글’이다. 아메리칸 이글은 미국 대학가 근처 매장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곳 매장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세탁소(Laundry) 기계를 운영하거나 스페셜한 음료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상품을 팔지 않고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경험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