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패션위크 ‘서울관’의 비애
2000-01-27 한국섬유신문
홍콩패션위크 개막 2일째, 서울관을 구성해 참여한 전
시업체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아시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는 ‘홍콩패션위크’는
세계 20개국에서 720여 부스를 개설해 참여했다. 전시
관은 크게 2개층으로 나뉘어졌는데 첫 번째 전시관은
유럽중심의 부스구성으로 고급스러운분위기가 물씬 풍
겼다. 한국부스가 위치한 곳은 유럽관이 위치한곳도 아
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하는 윗층이었다. 중
국, 인도, 파키스탄등을 집합해 놓은 이 전시관에서 서
울관은 입구도 아닌 돌아서 나오는 마지막 출구에 위치
해 있었다.
뿐만아니라 152개 거대부스를 구성해 참가한 중국관 옆
벽면에 위치해 있어 한국업체들의 고부가성제품들마저
값싼 제품으로 인식한 바이어들이 대뜸 무리한 가격네
고를 해 오는 통에 진땀을 흘리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사전에 왜 이 같은 불합리성을 검토하고 항의하지 않
았는지 의심스럽다”며 서울관구성을 지원한 서울시와
주관한 한국패션협회를 원망했다.
서울시에서 파견된 관계자는 이에 속수무책으로 일관했
고 현지에서의 어떠한 대응책도 모색할수 없었다. 일부
홍콩무역발전국에 항의했다고는 하지만 당장 전시회가
개장된 마당에 아무런 실효를 거둘수 없을수밖에.
변변한 안내데스크하나 없었다. 서울관을 어필할수 있
는 자료하나 비치할 장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바이어
들은 서울관이 중국의 어느 귀퉁이에 붙어있는 전시관
쯤으로 치부했다. 또 유럽관들이나 홍콩관등은 부스컬
러나 인테리어를 차별화해 확연히 눈길을 끌었지만 서
울관은 초라하기짝이 없었다. 이를 지적하는 기자의 질
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상의 문제”를 집고 나왔
다. “부스당 얼마씩을 지원하고 이는 내년동시즌까지
결정된 사항이라 번복할수 없다”는 얘기가 주골자다.
즉 정해진 원칙외에 더 이상의 수정사항은 불가하다는
결론이었다. 또한 참여업체들의 투자의지가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시3일째에 바이어들이 서울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
다. 단연 특화된 상품인 얀코플리츠와 독특한 컨셉의
문군트랜드, 고급핸드백이 돋보이는 바우통상, 3여년전
부터 독자적인 부스를 개설해온 D.H 텍스타일, 핸드메
이드여성복이 주력인 소나상사등에 바이어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즉 품질과 기획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 고부가상품을 돋보이기위해 보다
체계적인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
다. 이를 위해 업체가 분담을 하든, 서울시가 한정된 예
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든간에 새로운 전략방안 수립
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이영희 yhle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