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 재난지원금은…“옷보다 편의점, 치킨집에서”
백화점, 아울렛 제한돼 외식용으로 주로 사용
2022-01-28 최정윤 기자
#패션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수진씨(가명, 26)는 1차 재난지원금이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로 온라인과 아울렛에서 옷을 사는 이수진씨는 원하는 옷을 살 수 없어서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버블티로 지원금을 모두 사용했다.
이수진씨는 재난지원금으로 패션업종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면 시장이나 가두점에서 옷을 산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옷을 사는 연령대는 MZ세대보다 윗세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기업에 종사하는 김대원씨(가명, 28)는 재난지원금은 쓸 데가 없어 미루다가 사용기한이 끝나는 8월이 돼서야 안경을 샀다. 친구들도 지원금을 쓸 만한 곳이 없어 사용처를 찾아본 끝에 썼다.
옷은 온라인에서 사는데, 온라인 바우처도 특정기업에게만 치우쳐 김대원씨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결과에 따르면, 패션 매출액 증가율이 -17.8%에서 11.2%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이면서 1차 재난지원금 효과가 가장 높은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큰 흐름과 달리 MZ세대(80년대 초반 이후 출생)는 재난지원금으로 옷을 구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주로 브랜드 옷을 구매하는 MZ세대는 온라인과 백화점, 아울렛 구매가 제한돼 외식하는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후관리나 품질보장 면에서 가성비 좋은 브랜드 옷을 사는 이들은 동네 옷가게나 가두점보다는 온라인에서 옷을 주문한다. 86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아가방앤컴퍼니 홍보마케팅팀 전수민 과장(34)은 “재난지원금으로는 브랜드 옷을 살 수 없어 외식과 피부관리에 썼다”며 “원하는 스타일이 있고 대부분 온라인에서 (옷을) 사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Z세대인 94년생 이수진씨는 “(재난)지원금 매장인 줄 알고 갔다가 결제 직전에 지원금을 못 쓴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내 카드를 꺼냈다”며 “이런 일이 반복돼 (옷 사러) 매장 방문하기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수진씨는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해 지역마다 사용처가 달랐던 점도 재난지원금을 쓰기 힘들었던 이유로 꼽았다. 주중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곳은 서울, 주말에 시간을 보내는 곳은 경기권으로 재난지원금을 쓰기 위해 찾아 나서야 했다.
그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원하는 곳에 쓸 수 없었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MZ세대는 현재 보궐선거를 앞두고 논의 중인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제한하면 쓰기 애매하다는 분위기다. 올해 29세인 박가영씨(가명)는 “먹거리조차 시장보다 마트를 선호하는데, 이번에도 쓸 곳이 마땅치 않다면 (지원금을) 편의점과 치킨에 모두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일시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코로나19사태가 끝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 과장은 “소비진작을 일으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경제 회복이 되려면 백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경기가 반짝 살아났지만 경기를 안정화시키기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가영씨는 “재난지원금은 결국 내가 낸 세금”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인데 누가 (재난지원금을)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