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의식주에서 ‘依’가 사라진다

2022-02-18     최정윤 기자
3월 신학기가 코앞이다. 어린이가 있는 집이면 대개 설빔으로 새 옷을 사고, 새 학기가 되기 전 신발과 가방을 샀다. 세뱃돈을 소중히 품에 넣고 미리 골라놨던 화장품을 사러 로드샵에 들르는 청소년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아울렛 트레이닝복 코너에서는 “아, 배고파. 그만 입어볼래”라는 볼멘소리가 들리곤 했다. 백화점에서는 갓 대학생이 된 친구들이 부모님과 핸드백을 골랐다.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다. 작년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 횟수가 줄어들고 패션기업들의 신상품 수식어는 ‘어느 옷에나 어울리는’, ‘편안하면서 트렌디한’이 됐다. 올해 3월 신학기를 대비해 야심차게 신발과 가방을 준비한 브랜드들은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만을 바라고 있다. 사람들이 등교하고 외출해야 바깥생활의 고됨을 줄여주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옷과 액세서리를 사는데, 실내생활만 하다보니 집에 머무르기 좋은 옷만 팔렸다. 잠옷과 맨투맨, 일자핏 바지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들어 매출도 덩달아 줄어든 건 맞지만, 그 전까지 국내 패션 시장이 성장세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식주 중 하나였던 옷이 지금은 필수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옷을 입는지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냈던 예전과 달리, 입고 싶은대로 입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어른이 캐릭터 옷을 입어도 유치하다고 평가하지 않고, 마음에 들면 명품이든 SPA든 신경쓰지 않는다. 코로나19 타격을 넘어 소비자들의 바뀐 생각을 따라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