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 진짜 어둠이 내린다…10개중 4개는 주인 없는 빈 점포

2022-03-04     정정숙 기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소매상가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은 셔터가 내려지고 2020년 12월31일자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입점 상인 대부분이 재계약을 원치 않아서다. 20여년 동대문 랜드마크였던 두타몰은 2~5층 매장 곳곳이 텅 비어 을씨년스러웠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경 동대문 도매상가 남평화상가 지하 1층에는 손님이 1~2명 정도만 오갈 뿐이다. 예년 같으면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갈 법한 브랜드 MD나 일본 중국 관광객이 자취를 감췄다.  이 상가의 A 상인은 “작년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직원도 내보내고 손님이 없는 상가에서 쪽잠을 자며 경기가 살아나기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남평화상가는 700여개 점포가 있는데 지하층 공실률이 15%에 달한다. 남평화상가 박의식 대표는 “날이 갈수록 빈점포가 늘고 있다. 하루 1000~2000만원 매출이 나와야 하는 데 코로나 이후 200만원 벌기도 힘든 점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30여년을 장사한 한 상인은 3만원짜리 제품을 2000원에 팔정도”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일성 남평화시장 지하 1층 상인회장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상가 평균 매출이 70~80% 떨어졌다. 한때 전국 최대 도매상가 동대문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코로나 1년을 겪으면서 재고가 많이 쌓였지만 땡처리조차 쉽지 않다. 4000원하던 가방을 땡처리 시장에서 1kg당 500원에 판다고 해도 사 가는 곳이 없다. 일부 상인은 아예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매상가 DWP 입점 상인은 “작년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직원 절반을 내보냈다. 사회적거리두기가 지속되고 5인 이상 집합금지가 강화되면서 옷을 사가는 소매상인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3평 남짓 매장의 임대료와 관리비 600만원도 내기 버겁다. 여러 매장을 운영 중인데 순차적으로 매장 숫자를 줄여야 할지 고민 중이다”고 하소연했다. 다음날인 26일 밤 10시 APM플레이스 5~9층. 제품을 보러 오는 고객은 없고 매장 직원들만 제품 포장에 열중하고 있다. 신상품을 실어 나르는 지게꾼도, 제품을 배송하는 사입삼촌도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9년의 저녁 9~12시는 사입삼촌, 중국인 등 국내외 고객이 가장 많은 시간대다. 

■도소매 상가 구분 없이 공실률 40% 상회
동대문은 전통시장을 포함해 도소매 32개 상가에 3만5000여 점포가 있다. 2019년 6월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이하 동대문패션협의회)가 집계한 32개 회원사 상가 점포 구좌수(1구좌당 3.3~5㎡)는 1만8989개였고 상인과 종업원(2만5685명)은 4만1349명이었다. 

당시 구좌수 기준 공실률은 30.8%였다. 동대문패션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상가 공실은 꾸준히 늘어 현재 최대 40%에 육박하고 있다. 적어도 7600여 점포는 빈 매장이란 뜻이다.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소매상가도 빈 점포가 계속 느는 추세다. 굿모닝시티 공실률은 75%에 달해 문을 연 점포는 1/4밖에 되지 않는다. 밀리오레와 디자이너클럽은 공실률이 각각 40%,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이전 공실이 없었던 DWP와 디오트, 청평화상가 마저도 현재 공실률이 7%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진입한 상인들 고충 더 커
빈 점포가 늘면서 월세는 면제하고 관리비만 받는 매장도 속출하고 있다. 점포주 입장에서는 월 30만원 하는 관리비라도 건지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남평화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 1~6월 중에는 월 관리비와 임대료를 20% 깎았다. APM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3월부터 4개월 간 임대료 및 관리비를 20% 인하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직접적 원인이 됐지만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상권이 더욱 부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청평화시장에서 직원 두 명을 두고 2년을 장사했던 김 모(43)씨는 지난해 2월 폐점했다. 그는 “온라인 거래가 70%를 차지할 만큼 비대면 거래가 많아졌는데 비용 부담 때문에 사진촬영 등 온라인을 담당할 직원을 따로 두지 못했다”며 “온라인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지대식 동대문패션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단골이 적고 장사 연수가 짧은 상인들이 더 힘들었다”며 “임대료와 직원 월급 정도만 나와도 매장을 살리겠다는 상인이 많다”고 했다.

■온라인·라이브커머스로 불황 극복 안간힘
업체들은 온라인 시장 성장과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커지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APM플레이스와 APM럭스, APM패션몰을 운영하는 APM그룹은 점점 커지는 온라인 이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 상가 내에 촬영 스튜디오를 마련해 입점 상인들이 자유롭게 사진촬영을 해 온라인몰이나 바이어에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했다. APM플레이스와 APM패션몰에 총 8개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또 셀럽 50여명을 섭외해 이들이 매장을 돌며 라이브 방송도 하고 있다.  APM그룹 김정현 대표는 “코로나를 이기는 돌파구로 이커머스와 SNS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네이버 V라이브를 비롯해 쿠팡 및 라이브커머스로 이커머스 시장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대문패션협의회는 동대문패션타운 제품에 정품인증라벨을 달고 글로벌 비대면 판로 확대에 나섰다. 정품인증사업은 패션산업 보호를 위한 라벨갈이(원산지 위변조) 차단과 동대문 제품 브랜딩으로 글로벌 판로 확대를 목표로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11일 13일까지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봄 신상품부터 라벨을 부착해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