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최악의 코로나 위기에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남선알미늄에서 오랫동안 자동차 사업부문을 이끌었는데 다른 업종으로 와서 쉽지는 않았겠다.
“오자마자 6개월간 스판덱스 공장에서 살았다. 당시에는 시황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로 재고는 쌓이고 공장을 세워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기왕 공장을 멈췄으니 그동안 못했던 설비개선과 원가절감 노력을 하자고 엔지니어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했다.
다행이 실내활동이 많아지면서 스판덱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 스판덱스 라인은 100% 풀가동하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제품 가격이 폭등하는 원자재 가격을 못 따라가는 형국이다. 고객 고충을 뒤로 하고 원사 가격을 무조건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경기가 좋아지니 그런 애로도 있더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산업이다. 무엇이 달랐나.
“자동차 산업은 제조의 기초가 아주 튼튼하게, 다져질 대로 다져진 산업이다. 산업 구조가 원청회사를 꼭짓점으로 피라미드 형태로 엮여 있다. 원청 한 곳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생산 효율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화섬은 좀 더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제조의 기본은 공장이다. 비유하자면 공장은 나무의 뿌리인데 뿌리가 튼튼하지 않고는 과실을 풍성하게 맺지 못한다. 눈에 잘 안 띄는 공장 구석구석까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영업을 잘 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사장이 서울 본사에만 있으면 제조 현장과 소통이 어렵고 의사결정이 느려진다. 또 현장에서 나오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절차와 단계를 거치면서 사장되고 만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사장까지 오는데 보름, 한달씩 걸리면 탄력이 떨어져서 일이 안된다. 보고서는 가장 심플(simple)하게, 의사결정은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날 인터뷰에는 임영철 폴리에스터 공장장, 박용호 생산본부장이 배석했다. 인터뷰 도중 임영철 공장장은 “현장 직원들의 월요병이 없어졌다”고 언급했다. (실적 하락으로) 위축됐던 직원들이 자유로운 수평적 조직문화에 적응하면서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 채택이 되면서 자신감이 붙고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코오롱 원사부문 인수는 놀라운 결정이었다.
“워낙 품종이 많다 보니 설비를 이전 설치하고 공정을 테스트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가동이 늦어지면서 고객사 이탈도 있었다. 기존의 차별화 원사 판매 시스템이 매끄럽게 연결이 안되면서 직원들이 많이 고생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조직을 통일시키고 빠져나간 고객사와 다시 거래를 트고 있다.
차별화 원사는 일반 원사와 생산이나 영업 측면에서 많이 다르다.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공급망을 회복하는데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는 많이 바뀔 것이다. 같은 장비인데 현재 차별화 원사 생산 수율은 이전과 비교해 3% 이상 높게 나온다. 연속중합을 많이 한 우리만의 노하우와 생산룸의 컨디션 같은 여러 요인들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티케이케미칼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국내 친환경 리사이클 이슈를 처음으로 이끌어냈다.
“티케이케미칼은 스파클이 쓰는 페트병의 원료 수지를 전량 공급하고 있다. 이걸 다시 회수해 리사이클 원사로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스파클도 흔쾌히 응했다. 환경부와 상의하고 분쇄업체를 찾는 등 일련의 과정이 한 2년 걸렸다.
우리 리사이클 칩은 버진 칩(virgin chip)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온다. 일반 폴리뿐만 아니라 해도사(海島絲)인 ‘로젤(ROJEL)’, 항균사 ‘ATB-UV+’ 같은 기능성 원사도 리사이클 칩으로 생산하는 수준이다. 이물질과 점도 관리가 되지 않으면 만들어 낼 수 없다. 원사 가연수율이 95%에 이를만큼 깨끗한 고순도 플레이크를 쓰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생산량은 월 100t이지만 회수하는 폐페트병이 늘어나면서 점차 캐퍼도 커질 예정이다. 의류에서 화장품 용기까지 용도가 워낙 다양해 수요처는 무궁무진하다. 조만간 대량의 해외 수출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