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마저 중국으로…무너지는 봉제산업
시장규모 10년 전 비교해 반 토막 나자
민감한 고품질 봉제까지 해외로, 해외로
2022-04-02 나지현 기자
관악구는 국내 고급 여성의류 제조공장이 밀집해있는 곳이다. 이곳은 30여 년간 백화점 기반 여성 캐릭터, 커리어 브랜드 제조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관악패션봉제협회 강유진 회장은 “3~4년 전만해도 350여개에 달했던 제조공장이 현재는 200여개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여성복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달 폐업 신고 하는 공장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성복 시장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국내 생산 공장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국패션마켓트렌드2020’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여성복 시장의 5개년 간 연평균성장률은 마이너스 9.3%를 기록했다. 타 복종과 비교해서도 급락폭이 가장 크다. 2020년 여성복 연간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17.5% 역신장한 2조4538억 원을 기록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예민한 소재 사용 비중이 높고 디자이너 손맛, 세심한 디테일로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았던 여성정장 시장은 최근 캐주얼, 스포츠 복종으로 라이프스타일이 급변하면서 소비자 이탈이 심화됐다. 3~4년간 시장규모면에서 열세에 있는 쇠퇴기에 들어선데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가속화 불씨를 당겼다.
강 회장은 “착장 변화도 있지만 봉제인력 노후화와 인력부족, 원부자재부터 임가공까지 가격 경쟁 심화 등 산재한 문제로 국내 생산 비중이 현저히 줄고 있는 것이 공동화 현상의 원인이다”고 밝혔다. 또 “최근 중견·대기업들도 예측 불가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량 규모가 큰 상품들은 중국, 베트남 등지 해외 생산으로 돌리고 소규모 롯트 생산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성복 하이엔드 시장을 대표하는 H사도 2년 전부터 중국 대련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타 복종에 비해 정교한 공임이 들어가 중국 생산을 꺼려하던 고급브랜드 조차 중국행을 택한 것.
여성복 전문기업 한 생산 부장은 “예측 불가한 상황의 연속과 여성복 판매 활기가 떨어져 대기업계열 여성복 A사와 B사 또한 메인 물량을 50%가량 줄였다고 들었다. 본사에서 반응생산으로 모두 돌리라는 지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디자인 난이도가 높은 상품은 중국에서 70%가량 완성하고 국내 완사입 센터에서 나머지를 완성하는 형태로 원가비를 절감하고 있다. 중국 현지 공장 미니멈 수량도 100장까지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에 따르면 4~5년 전부터 매년 일감이 10%씩 줄어 기존과 비교해 70% 이하로 물량이 줄었다. 브랜드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가 일반화되고 6~7월, 11월~1월 물량이 50%이하인 비수기 시즌도 길어지고 있다.
4~5개월 일감이 없다보니 정규직보다 객공 인력으로 운영하며 근근이 버티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공급 채널이 많아지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 변별이 어려워지자 동대문에서 샘플을 구매하고 중국 생산 진행으로 원가를 절감하려는 업체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기업들이 환경 변화 대처를 위해 아울렛 물량과 온라인 물량을 늘렸는데 이 또한 배수 확보를 위해 대부분 중국행을 택하고 있다.
강 회장은 “올해는 물량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메이저 공장들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오르는데 오더는 줄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관악패션봉제협회에서 자치구에 의류 제조업 일감 연계 웹사이트 구축과 공동 브랜드 개발 및 운영사업 지원 요청 신청서를 낸 상황이다.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