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적 新가치관

2001-01-17     한국섬유신문
E-메일로 맞은 신세기 신년이 시작되면서 열어본 인터넷 메일함에 몇개의 E-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버튼을 클릭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신천지가 열리듯 이 손쉽게 읽어지는 서신속에서‘ 그옛날 우편배달부를 기다렸던 시절이 그리워 편지 보내기 운동을 한다’고 적은 디자이너 최복호씨의 ‘세상보는 눈’과 마주쳤 다. 물론, 첨단과 과학사이에서 과거와 인간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이런류의‘노스탈지어’라는 테마가 새 삼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몇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글 속이‘도시’라는 인공적 환경의 개발과 함께 밀어닥친 기계화에 대한 인 간의 거부반응의 실체와 함께,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인간적인 공감대, 그리고 보다 한가한 이야기에 한가한 제목에 더많이 반응하는 신세기 사람들의 풍요로운 갈 등을 다시한번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되어준 것만큼은 틀 림없다. 모래시계와 해시계의 논리 그러고 보면, 고대 인류가 ‘시간’이라는 개념에 눈을 뜨면서 최초로 만든 시계는 해시계였다. 그리고 그후 사람들은 모래시계를 발명했다. 그러나 태양을 중심으로 세워 놓은 막대 그림자의 위치 로 시간을 알려주는 해시계가 흐름이 유유한데다 뭔가 낭만적인 여유를 주는데 비해 시간이 떨어지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래시계는 뭔가 사람들을 긴박하 고 조급하게 했다. 그런의미에서 이른 아침 집을 나와서 직장을 마치고 다 시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몇번이고 모래시계를 뒤집어 가며 일에 매달려야 했던 20세기 사람들에게 시간의 의 미란 틀림없이 모래시계적이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다. 그리고 지금 21세기. 모든 산업체와 기업에서는 스피드전략이 강조되고 있 다. ‘누가 뭐래도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가 설하에 검증과 수정의 과정이 초고속으로 되풀이 되고 있으며 정보 기술과 교통 수단의 발달로 시간·거리· 돈의 흐름이 현저하게 빨라지고, 그만큼 긴장감도 고조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화두는 비즈니스는 여전히 모래시계 적이나, 생활은 해시계의 방향을 추구한다는 소비자들 의 상반된 논리의 양립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드웨어개발보다 중요한 소프트웨어 그런의미에서 다가오는 신세기의 테마는 사물에 대한 솔직한 공감과 색다른 감동의 추구에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제 사람들은 막연한 컨셉의 제안만으로는 만 족해 하지 않을 것이므로, 관념적인 컨셉보다도 물질을 통해서라도 느낄 수 있는 솔직한 감동이 중시될 것이 며, 더나아가서는 시간적 여유와 자기생활을 만끽하려 는 ‘개인위주의 시대’로 접어 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19세기와 20세기가 그랬듯이, 신세기적 가치관이 라는 것도 21세기 말쯤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생소한 내용으로 진부하게 정의내려질지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거창하게 느껴지는 21세기도 분명 그 시작이 별스럽지는 않다. 그렇다면 신세기적 가치관 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새로운 하드 웨어의 개발 보다 이미 확립되어 있는 시스템 속에 나 타나는 개인적 소프트웨어의 자각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하드의 새로움에 대한 한계의 인식과 그것을 소프 트하게 커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움의 원류 리믹싱 노하우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지금까지 모든 새로운 사상은 항 상 유럽에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상과 문물은 곧 외래어를 의미했으 며, 패션과 마케팅의 분야에서 외래어가 이상하게 많았 던 것 역시 유럽에서 들어온 새로운 사상을 보다 빨리 채용하는 것으로 가치관을 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치관하에서 외래어는 지극히 모던하고 하이테크 적인것이며, 우리말은 촌스러움으로 매도되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의 청년문화는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거나 외래어를 고의로 남용함으로써 이전의 가치관을 부정하기도 하고 ‘고상 함’과 ‘우아함’을 어떤 친근한 수준까지 떨어뜨리면 서 그 낙차를 즐기는 전혀 새로운 풍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이들이 즐기는 요즘 음악은 연배가 다소 높으신 분들의 입장에서 들으면 거의 이방인들의 주문 수준이 다. 거기에 재미있는 것은 알아듣지도 못하고 따라할 수도 없는 소음과도 같은 이 음악을 그들 그룹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때때로 영어를 섞기도 하고, 심지어는 욕설과 비유, 그리고 한 자 숙어까지 마구 뒤섞인 이들만의 언어들이 지금까지 의 가치관을 한꺼번에 뒤엎어 버릴만큼의 강력한 파워 를 형성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억지는 오히려 마이너스 그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