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6)] 차려진 밥상에 수저 놓기
MIT 공대의 친환경 ‘Self-Cooling’ 원단 연구 이미 알려진 이론…새로 밝혀진 사실없이 과대포장
■ MIT공대 : 플라스틱 봉지로 만든 옷
다음은 미국의 MIT 공대에서 발표한 연구 내용이다. 원문을 축약하여 번역하였다. 그들은 쓰레기 봉지를 사용하여 친환경 Self-Cooling(자가냉각?) 원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려 17명의 연구원 이름이 등재되어 있는 이 논문은 ‘차려진 밥상에 수저 놓기’의 전형적인 예로 보인다.
- 다 음 -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이하 MIT) 연구팀이 폴리에틸렌을 원료로 냉감직물 개발에 성공했다. 폴리에틸렌(Polyethylene, 이하 PE)로 만든 식료품 랩은 얇고 가벼워서 열을 가두지 않고 통과시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단보다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PE가 물을 전혀 흡수할 수 없는 소수성 물질이라는 것이다.
■ 발견들의 진위
PE의 공정수분율은 0이다. PE는 탄소에 수소가 붙어있는 단순한 구조이다. 즉, 지방산과 비슷해 물을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나무랄 데 없는 팩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발견했다고 하는 다음의 사실들이다.
첫번째 발견
‘약한 친수성’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약간의 산화가 왜 친수성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약한 친수성’ 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척도가 전혀 없고 그나마 반복적인 사용으로 소멸되는 기능이라고 한다.
두번째 발견
“한 가닥의 실에 있는 여러 가닥의 섬유 사이로 모세관력이 작용한다”라는 발견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바로 쿨맥스(Coolmax)가 폴리에스터인데도 흡수력이 좋은 이유를 설명하는 기본 원리이다. ‘틈새가 작을수록 모세관력은 크다.’ 라는 사실은 15세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미 발견하였고 보일(Boyle)이 이를 증명한 바 있다.
세번째 발견
여기서 발생한 Wicking은 모세관력 때문이다. 그런데 모세관력은 틈이 좁을수록 커지므로 모세관력의 증가 즉, Wicking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실을 만들 때 되도록 섬유 간의 틈새가 작게 설계하면 된다 따라서 굵기가 가는 섬유를 물이 잘 흘러가도록 고르게 정렬하는 방법은 유효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은 섬유의 체표면적을 크게 설계하는 것이다.
네번째 사실
면이 빨리 마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친수성 이기 때문이다. 증발은 물분자가 표면을 떠나려고 하는 힘인데 면이 물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증발이 어려운 것이다. 반대로 소수성은 물을 밀어내므로 증발이 훨씬 더 쉽다. 너무 당연한 사실 아닌가? PE 원단은 굳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가장 강력하게 Quick Dry가 일어나는 소재이다. 세탁돌이 세탁을 한 것이 아니다.
■ 결론
처음 명제부터 틀렸다
여기에 언급한 것 외에도 sustainability에 대해 장황하게 기술하고 있으나 폴리에틸렌은 원래 재생이 쉬울 뿐 아니라 굳이 재생이 아니더라도 원래 친환경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가볍고 융점이 낮기 때문이다. 이 소재가 의류에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MIT 연구원들의 주장처럼 ‘흡습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염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려진 밥상
PE 자체는 전혀 물을 흡수하지 않지만 이 소재를 섬유와 실을 거쳐 원단으로 만들면 젖는다. 모세관현상 때문이다. ‘소수성’ 이라는 물을 밀어내는 분자간 작용하는 화학적인 힘보다 섬유 사이에 작용하는 물리적인 힘인 모세관력이 수 백배 더 크기 때문이다.
냉감?
그들이 이 원단을 Self-Cooling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빠른 증발 때문이다. 증발이 쉽다는 것은 증발이 빠르게 일어난다는 뜻이며 많은 기화열이 일시에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런 기능은 원래부터 PE가 보유한 극소수성으로 인한 것이지 세탁돌이 세탁을 한 것이 아니다.
밥상에 놓은 수저
이 연구 논문에 ‘표면에 발생하는 약간의 친수성’ 이라는 대세에 지장 없는 발견 이외에 새로운 사실은 전혀 없다. 모두 밝혀진 사실이고 이론이다. 섬유지식 3 “Wicking의 두 얼굴” 이라는 글만 읽어 봐도 저 내용들에 대해 보다 더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들이 처음 발견하고 새로운 소재를 설계/발명한 것처럼 논리를 펼치고 있다. ‘세탁돌’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논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발명이라며 업계에서는 환호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