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사람이 먼저다, 코로나가 일깨운 진리
코로나에도 고용 유지한 기업
올해 드라마틱한 변화 일궈
R&D·인력 감축은 최후의 수단
인재 귀한 섬유패션산업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
2022-07-02 정기창 기자
작년 이맘때다. 대구에 공장을 두고 對중동 직물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모 업체 대표와 전화를 몇 번 주고받았다. 코로나가 거침없이 확산하던 시기라 직접 대면은 꿈도 못 꿀 때였다. 당시 이 회사는 공장을 완전히 세우고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대구 간판 기업마저 이 지경이면 다른 곳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지난 달 그를 만났다.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이 회사는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코로나 사태가 진정기미를 보이면서 놀랍게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했다. 경쟁업체들은 이전 매출의 절반 정도밖에 복구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더욱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작년 4~5월 공장을 완전히 세웠을 때 직원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최소 1년은 기다려보자 하면서 20여 협력업체들도 함께 끌고 왔어요. 지금은 현장인력 100여명이 3교대하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습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작년 4월 대구경북 섬유 수출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41.9%나 떨어졌다. 5월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 하락폭이 54.8%에 달했다. 수출이 반토막난 것이다. 떨어지기는 절반이지만 이를 원상 회복하려면 증가폭은 50%가 아니라 그 두배인 100%가 돼야 한다.
인력을 줄였다면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이전 수준을 복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회사는 오너의 의지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시장에 변화가 왔을 때 이를 빠르게 따라잡아 오히려 점유율을 늘리는 반전의 계기로 만들었다.
제조업은 숙련공의 숫자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년 기술과 노하우가 쌓인 근로자들 손을 놓지 않아야 상황이 변했을 때 시장의 기회를 빠르게 낚아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 직물 공장들은 대부분 2020년 대비 50% 안팎의 회복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봐야 코로나 이전의 75% 전후가 될 뿐이다. 그래도 많은 업체들이 직원을 정리하지 않고 노사가 고통을 함께 견디어 내고 있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섬유 수출은 4, 5월 각각 46.4%, 57.5% 증가했는데 대구경북은 같은 기간 59.9%, 106.5%가 늘었다. 증가폭이 확연히 가파르다.
작년 많은 패션업체들은 대대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제조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력 입출이 수월하기 때문에 조직 다운사이징에 손을 많이 댔다. 연구개발, 광고 선전비 등 고정비용은 물론 인건비 줄이기가 첫번째 타겟이 됐다.
어떤 회사는 수십명에 이르는 인력을 일시에 구조조정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측은 권고사직으로 포장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해고 통보나 다름없었다. 비밀스럽게 진행하던 인력 감축 계획이 직원 실수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곳도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시장은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종별 명암의 농도는 차이가 있다. 아웃도어 골프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활발한 신규 고객 유입으로 호기를 맞았다. 반면 여타 복종은 아직도 코로나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곳에 시장은 기회의 문을 열지 않는다. R&D 축소와 인원감축은 최악의 고비에만 쓸 수 있는 극약처방이다. 극약처방이 난무하면 병이 낫기는커녕 몸 자체가 상하고 만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정리 대상이 사람이 우선이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섬유패션 업종은 인재 찾기가 힘든 산업이다. 설비의 노후화와 인력의 노령화가 그 어떤 산업보다 심각하다. 애써 키운 내 사람을 추운 겨울 노지(露地)로 몰아내면 회사의 미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코로나 사태가 일깨워 준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