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MZ세대와 갈등 줄이기…“리더가 중재해야”
업무 회색지대 싫어하는 MZ세대
주도적으로 대화하며 빈틈 좁히기
2022-07-16 최정윤 기자
#이정연(가명, 25)씨는 아침 10시부터 압구정동 카페에 앉아 중고시장 앱 페이지를 새로고침한다. 이정연씨가 사용하는 앱은 위치에 따라 목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고가명품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다는 정보가 돌아 지난주부터 카페에 머물러 매물을 확인한다.
#A 패션 기업에 인턴으로 근무하는 박윤진(가명, 24)씨는 매일 아침 패션 커뮤니티 게시글을 확인하고 가끔은 쓰기도 한다. 퇴근길에 게시글을 확인하니 댓글이 여럿 달려있다. 한 이용자가 ‘3번째 사진 신발 트렌디한데 본 적없는 상품이네요. 어느 브랜드인가요?’라는 질문댓글을 남겼다. 박윤진씨는 ‘자라(ZARA) 지난 시즌 샌들이라서 구하기 힘드실 걸요’라는 정보 댓글을 하나하나 작성한다.
꼼꼼한 소비자 2030은 업무에도 자신의 시각을 적용한다. 취업과 창업을 넘어 여러가지 방법으로 돈 벌 방법을 논의하는 MZ세대는 수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갈등을 빚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수직 문화에 익숙한 윗세대들은 새로 뽑은 MZ세대와 빈번히 갈등이 일어나면서 이들과 어떻게 조화를 유지하며 이탈을 막을지 고민한다.
MZ세대는 소비자인 동시에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상품을 소비자로서 살만한 가치인지 판단한다. 가치판단은 개인 관점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사용 후기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데이터로 결정한다. 이들은 패션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 쇼핑몰 사이트 리뷰, 일상 공유 카페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 적극적으로 상품 피드백에 관심을 갖는다.
MZ세대 직원들은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상품 흐름을 지켜보면서 자신과 유사한 소비자들이 현재 어떤 상품을 선호하는지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코로나 19 이후 패션 커뮤니티에 옷을 자랑하는 2030이 증가하면서, 패션 정보를 한 데 모아 파악하기 쉬워졌다.
패션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일상에서 입는 착장을 업로드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상품정보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요청하는 문화가 한층 활발해졌다. 인스타그램 셀럽이 사진을 올려 소문이 난 상품은 중고장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거래된다.
윗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를 알고 싶다면, 새 세대를 다루는 방법을 수동적으로 원하기보다 새로운 생활양식에 주도적으로 적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약 12만명이 활동하는 패션 커뮤니티 보나파이드 이용자는 대부분이 2030세대다. 보나파이드를 관리해온 매니저 김영현(가명)씨는 “윗세대가 2030을 따라잡으려면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을 써보는 걸 추천한다”며 “직접 패션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해보면 트렌드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MZ세대는 규정하기 힘들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윗세대의 의견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에 반대되는 의견도 생기고 있다. 2030이 주소비층인 가방브랜드 르마스크 박경민 대표는 “Z세대는 쿨하고 결단력이 빠르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회색지대를 명확하게 밝히려는 특성이 있다”며 “일하면서 발견되는 다름은 대화로 좁혀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직적인 조직 속에서 수평 문화를 추구하는 MZ세대는 당분간 윗세대와 부딪힐 것이라는 분위기다. 과거와 달리 수직구조를 통해 압박하기만 하면 그 조직을 이탈하게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 세대가 ‘업무효율’을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 일어나는 현상으로, 세대 간 다른 언어를 번역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기업에 근무하는 30대 관계자는 “언론에서 MZ세대를 과감하다고 표현하지만 ‘합리적인 행동’의 기준이 달라진 것뿐”이라며 “세대 간 갈등은 매출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리더가 체계화하고 중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