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 구두 상품권이 사라진다

브랜드 상품권보다 현금같은 백화점 상품권 선호

2022-08-20     최정윤 기자

#“요즘 어르신들은 알아서 주문하시죠. 부모님께서 상품 링크 보내시면 제가 결제해요. 아니면 쇼핑몰에서 원하시는 물건 배송주문하시고 제가 돈 송금해드리죠.” (박성현(가명), 43)

#”조카에게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프트카드 선물하고, 부모님께는 현금 드리죠. 예전에는 직원가로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 문화를 경험하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정희연(가명), 31)

추석을 앞두고 명절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브랜드가 줄어들고 있다. 추석 선물로 패션브랜드 지류(종이)상품권을 주고받던 풍경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두꺼운 종이봉투 안에 가지런히 놓인 브랜드사 상품권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기있는 고급 명절선물로 꼽혔다. 상품권을 발행하는 브랜드사에서는 명절이 다가오면 각 직원에게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결제해 선물하거나, 직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 2021년 브랜드 지류상품권은 고급 브랜드가 아니고서는 ‘해당 브랜드 상품만 살 수 있어 불편한 선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상품권은 지금도 활발하게 거래되지만, 해당 브랜드에서만 사용가능한 상품권은 인기가 확연히 줄었다. 브랜드사들도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분위기는 아니다. 소비자 요청에 따라 최소수량만 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류상품권 발행브랜드 금강제화는 상품권 발행량을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발행량을 이전해보다 30% 정도 줄였고, 올해는 202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지류상품권으로 얻는 이익보다 상품 판매로 얻는 매출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류상품권을 발행했던 또다른 구두브랜드 엘칸토는 2019년 10월, 에스콰이아는 201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남성패션 브랜드 파크랜드도 추석 프로모션 계획에 상품권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파크랜드 측은 “상품권은 경품으로 나눠드리고 있다”며 “즐겁게 쓰시라고 이벤트용으로 제공하는 기프트카드 개념”이라고 말했다. 추석과 같은 명절 특수를 챙기는 분위기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심화됐다기보다 약 10년 전부터 시작된 흐름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약 10년 전부터 브랜드별 명절 할인행사를 기획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해 설부터 모임을 제한했지만, 브랜드사 사이에서는 명절 전용 기획전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흐름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측은 “브랜드별로 명절 특수 기획전을 시행하지 않은지 몇 년이 지났다”며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연령층이 넓어져, 반드시 명절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때에 주문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