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로봇, 노동집약적 섬유산업 체질 바꾼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PIS서 공정모델 시연
2022-09-06 이서연 기자
무거운 보빈을 빼고 낀다. 니트를 접고 적재한다. 수작업으로 비닐 포장을 하고 원단을 쌓는다. 단순 반복적인 섬유 산업 분야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는다. 염색 공장에서 이런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폐 질환을 달고 산다. 인건비 상승으로 그나마 한국의 섬유 제조는 해외로 빠져나간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가 2019년부터 실증 공정을 하고 있는 제조로봇 시스템은 노동 집약형 산업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섬유산업 제조로봇 선도보급 실증사업’ 참여기업은 2019년 6곳에서 작년 13개로 늘며 점차 많은 기업들이 섬유산업용 제조 로봇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섬유산업 공정모델은 현재 보빈 탈·장착, 원사 시험/검사, 원단 롤 이송, 가죽 이적재, 보빈 이송/적재, 용액 공급/투입, 제품 픽업 이송, 제품 포장까지 총 8개가 있다. 이 중 수 백 개 보빈을 분류하고 이송하는 수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공정이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고 4m 크릴에 약 15kg 보빈 교체 작업이 가능해 작업자가 보빈을 잘못 장착하는 실수로 인한 불량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낙상사고와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낮춰준다. 국내에서는 송월타월과 티케이케미칼이 보빈 탈·장착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다. 송월타월 전창선 이사는 “약 2kg 원사 보빈을 크릴대에 꽂고 빼는 단순 반복적 공정으로 작업자 피로도 상승과 근골격계 질환이 우려됐다.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올려 원가를 낮추고 작업자의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티케이케미칼 김오현 공장장은 “원사 보빈 추락으로 인한 오염 제품 발생 문제를 방지하게 됐다. 로봇 도입으로 처리량 10% 증가, 불량률 21% 감소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PIS 현장에서 만난 로봇 공급 협력사 주원 E&S 김진후 대표는 “아직은 국내 업체 오더보다는 해외 공장을 가진 한국 업체가 대량으로 오더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주원 E&S는 기존에 반도체, 차량 관련 부품 개발과 공급을 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해 로봇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김진후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위험하고 단순한 작업에 대해 로봇이 이미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섬유 산업은 아직 자동화 부분에서 많이 낙후됐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5년 이내에 섬유 산업에 자동화 변화 바람이 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KOTMI 이소진 연구원은 “수요기업마다 원하는 공정작업이 다 다르다는 점에서 동일한 기계는 하나도 없다. 로봇을 통해 노동자들의 질환율을 줄이고 상승하는 인건비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는 것이 개발의 큰 목표”라고 말했다.
PIS 전시장에서 공정을 보여주던 샘플 로봇의 가격은 2억원, 실제 공장 여러 라인에 깔리게 되면 100억원은 훌쩍 넘어 대기업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기계를 적용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주원 E&S 대표는 “자본이 많이 드는 만큼,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섬유산업 제조공정 개선이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정모델 개발은 2023년까지 이어진다. 중소 섬유 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적 허들을 제거해야 섬유산업 자동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