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비전은 AI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가품을 찾고 신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한국에서는 마르헨제이 캉골 랄프로렌코리아, 해외에는 LVMH 산하 메이저 브랜드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도경 부대표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이인섭 대표와 만나 위조시장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논하면서 마크비전을 창업했다. 마크비전은 올해 미국 와이콤비네이터와 일본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총 6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어떻게 마크비전을 세우게 됐나.
“브랜드 정품을 베껴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가품 문제는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전세계 위조시장은 연 2조3000억 달러(약 300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이인섭 공동창업자가 하버드 로스쿨에서 재학 중 지적재산권에 관해 배우면서, AI와 소프트웨어로 문제를 해결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사람이 수동으로 찾는다. 고객사인 마르헨제이는 5000개가 넘는 가품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숙달된 사람이 가품 하나를 찾는데 최소 15분에서 30분을 쓴다. 단순계산했을 때 수백억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 AI가 5000개를 찾는 데는 약 6개월이 걸렸다. 사람이 이 정도 양을 해결하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약 50배, 과감하게 말하면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본다.”
-리걸테크(legal tech, 법적문제 해결하는 기술) 사업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실제 서비스와 다른 분야다. 마크비전을 어떤 회사로 정의하나.
“마크비전은 물론 법적인 문제도 해결하지만, 스스로를 AI 회사이자 B2B SAAS(기업에게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술로 해결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판다. 리걸 테크라고 정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는 누군가가 애써서 만든 상품과 디자인을 노력없이 갈취하는 걸 방관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리의 미션은 ‘기술을 이용해서 전세계에서 혁신과 창의성을 보존하고 증진시킨다(We use technology to promote world innovation and creativity)’이다.
앞으로 전세계 오픈마켓 플랫폼들은 철저하게 가품을 걸러내기 시작할 거고 그 작업을 맡아줄 파트너사가 필요할 거다. 지금까지 가품을 신고한 여러 업체 중 정확도가 높았던 곳을 선호할 거고, 그 부분에서 마크비전은 자신 있다.”
-가품과 정품을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학습시켜뒀다. 패션 분야를 예로 들면, 수많은 패션 데이터를 입력했고, 굳이 현재의 알고리즘에 새로운 데이터를 넣을 필요는 없다. 고객사가 데이터를 주면 이미 나눠진 카테고리를 골라 해당 분류에 맞는 가품을 찾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AI는 단시간에 쿠팡과 타오바오, 쇼피를 돌아다니며 가품을 찾아낸다.
AI는 가품을 찾아내고 자동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고객사에게 전달한다. 고객사가 목록을 보고 A, C, F 가품을 신고하겠다고 확정하면 AI는 자동으로 법적 신고서류를 만들어 마켓에 보낸다. 카피 기준은 고객사에게 맡기는 대신, 마크비전은 한 눈에 보기 쉽게 썸네일(대표) 이미지를 뽑고 그 옆에 제목을 적은 목록을 전달한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성장한 회사들은 가품이 브랜드 가치를 해친다는 사실에 회의적이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매출에 직접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끼친다고 측정할 수 있는 계산법은 없다. 그러나 논문으로도 밝혀진 사실이고, 고객사들도 가품의 악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패션회사들 사이에는 ‘인턴 몇 명 뽑아서 해결하면 되는 일 아니냐’는 식의 편견과 의심이 만연하다. 가품 근절 문제가 그렇게까지 매출에 영향을 줄지 반신반의하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다.
마크비전은 그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세미나와 포럼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 대표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방문해서라도 설명하고 싶다. 인식이 바뀌는 데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