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서 블록체인까지…패션 ‘짝퉁’ 잡는다

IT기반 테크기업들 패션시장 진출 사람보다 최대 100배 이상 빨라

2022-09-10     최정윤 기자
패션 업계에 오랫동안 골칫거리인 ‘짝퉁’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AI 서비스와 정품 태그 서비스다. 온라인에서는 AI가 정품과 가품을 식별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상품 태그를 스캔하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IT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패션 브랜드들은 오랜시간 공들여 트렌드를 분석하고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손쉽게 장식 하나를 바꿔 다른 브랜드명으로 바꿔파는 가품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전세계 가품시장 규모는 연 2조3천억 달러(약 3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패션시장에서
시장에서 브랜드가 유명해질수록 가품이 늘어나도 하나하나 찾아 신고한 뒤 판매플랫폼에서 반영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컸다. 각각 가품이 어느 범위까지 재산권과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법적으로 따지는 작업도 복잡했다. AI 서비스와 정품인증 서비스는 한국이 해외, 특히 중국 진출 기업들이 가품 문제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비전은 AI로 온라인 오픈마켓과 각종 SNS, 개인사이트에서 가품을 발견해 자동으로 리스트를 작성하고, 플랫폼에 신고하는 AI 서비스 회사다. 타오바오와 쇼피 등 중국과 동남아시아 온라인 플랫폼까지도 가품을 확인하고 각각의 법적 가이드라인에 맞게 양식을 갖춰 신고한다.  마크비전 이도경 부대표는 “미국과 유럽에서 유사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은 사람이 수동으로 직접 찾고 신고한다. 숙달된 사람은 1건당 15분에서 30분이 걸린다”며 “AI는 5000건을 발견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단순계산하면 AI 속도는 사람보다 약 50배, 과감하게 말하면 100배까지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마크비전은 LVMH그룹 메이저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고, 국내 다수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문제가 엮인 여러 콘텐츠 분야까지 협업하고 있다.  <관련 인터뷰 7면 PDF>

오프라인에서는 역으로 정품을 인증하는 방식의 국내 서비스가 패션업계에 도입됐다. 히든태그는 한국 화장품이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정품인증 태그(tag) 서비스다. 히든태그가 브랜드에게 특화된 태그를 제작하면 브랜드는 각 상품별로 부여된 태그를 상품에 붙이게 된다. 소비자가 직접 히든태그 앱에서 태그를 스캔하면 정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스캔 기록은 히든태그 서버에 모두 기록된다. 히든태그 측은 “복사기로 복사하면 된다는 오프라인 태그의 단점은 스캔 기록 추적으로 보완했다. 서울에서 스캔한 다음 15분 뒤에 부산에서 스캔 기록이 뜨는 상품은 가품으로 분류되는 식”이라고 전했다. 짝퉁이 한국 내 브랜드 가치와 매출에 끼치는 영향이 정확히 얼마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피해를 끼치는 것은 확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화점이나 정식 판매계약을 맺은 브랜드 정품만 판매한다고 밝힌 온라인 명품플랫폼 캐치패션 측은 “정확하게 가품이나 지적 재산권 침해가 브랜드에 끼치는 영향이 수치화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그 영향은 있다”며 “가품을 정품처럼 판매하는 행위는 캐치패션 플랫폼과 캐치패션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카피 문제는 리세일 시장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해외에서는 브랜드 정품을 중고로 판매한 줄 알았지만, 가품을 중고로 거래하면서 피해입는 사례가 늘어 이를 블록체인기술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 중이다.  어플릭시 구동현 대표는 “위조방지기술이 발달하는만큼 위조기술도 발달하고, 위조방지시장이 성장하는만큼 위조시장도 커질 것”이라며 “100% 정품 보장은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패션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정품을 보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크비전 이도경 부대표는 “위조방지기술이 발달하는만큼 위조기술이 발달한다는데 동의한다”며 “그렇지만 정품인증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분명 마크비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