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으로 치닫는 ‘SNS 시딩’ 과열 주의보
유명 셀럽 인지도 활용한 마케팅 확산
명확한 기준, 거래규정 없어 시장 혼탁
2022-09-24 나지현 기자
# 모 유명 연예인이 인스타그램에 일상 사진을 노출했다. ‘언니가 입은 옷 너무 예뻐요’ ‘착용하신 옷 브랜드 어디꺼인가요“ 등의 댓글이 달린다. 일일이 답변을 해주기 전에 브랜드 태그가 달린다. 이 아이템은 인지도가 없는 신규 스몰 브랜드임에도 하루 180개가 팔려나갔다.
이른바 ‘시딩(Seeding)’이라고 불리는 제품 홍보 수단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딩이란 셀럽이나 인플루언서에게 상품을 증정하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상품 노출과 태그를 걸고 에디팅 등 사용후기를 포스팅하는 업계 용어다.
SNS 피드에 아이템을 노출하고 브랜드명을 태그하는 대신 지불하는 비용은 인기있는 셀럽의 경우 수천 만 원을 호가한다. 1만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에게는 건당 50~100만 원을 댓가로 지불한다.
시딩의 효과는 유명세만큼 실패 사례가 적고 구매로 직결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바이럴 효과로 인지도가 상승한다는 인식으로 중요한 홍보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최근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온라인 브랜드는 “온라인 브랜드 특성상 컨텐츠 만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인지도를 확보해야 한다. 시딩을 안 돌리면 ‘뒤쳐지고 힙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패션 브랜드로 쳐주지 않는 느낌이다’ 등의 이유로 홍보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몇 유명인과 브랜드의 시딩이 잘 맞았을 경우 그 아이템이 시그니처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거나 스타 브랜드로 띄우는 계기가 되면서 시장이 뜨거워졌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유명 셀럽이나 구매와 직결되는 인플루언서들을 컨트롤하는 에이전시들이 생기면서 가격 거품도 커졌다. 부르는대로 호가에 응해야 한다. 일부 구매력이 검증된 셀럽은 피드 1건당 수천만 원을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유튜브 뒷 광고 논란으로 큰 후폭풍을 겪었던 만큼 대부분이 광고 타이틀을 걸고 태그를 거는 것이 준수되고 있지만 브랜드 네이밍 노출과 상품 설명 기재 등 사소한 것에도 무가로 진행되던 것이 최근에는 비용 지불이 필요해졌다.
시딩 효과가 검증된 유명인의 경우 상품은 전달했지만 노출 개런티가 안되거나 스타일리스트 또는 홍보 에이전시 네트워크가 있는 브랜드는 많은 베네핏을 제공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그때그때마다 다른 상황이 적용되고 혼란스럽다는 얘기다.
최근 런칭한 온라인 신규 브랜드는 “총 생산 아이템 절반의 수량을 시딩에 할애하고 있다. 어떤 셀럽과 인플루언서에게 입혔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이미지와 시장 내 포지셔닝이 달라진다. 머니게임과 같다.
돈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구매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느냐, 아니냐가 갈린다”고 밝혔다. 또 “인지도가 없는 신규 브랜드의 경우 시딩 금액 지불 의사를 밝혔음에도 에이전시 측에서 확답을 주지 않아 로또를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브랜드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온라인 브랜드들에게 부담적인 가격 출혈 경쟁과 다수의 브랜드에 노출, 중복되는 셀럽이 많아지면서 올라간 호가만큼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이 흘러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이 거대해지면서 과거와 같이 룩북 만으로 경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컨텐츠 전쟁 속에서 시딩은 브랜드의 비주얼라이징을 위한 도구 중 하나다. 어떤 브랜드는 잭팟 터지듯 ‘한 셀럽 피드 노출 후 하루 만에 시딩에 투자한 금액 2배를 벌었다’, ‘2000장 팔려나갔다’는 등의 얘기가 시장 내 회자된다.
디자인 경쟁력을 통해 승부해야하는 본질이 흐려지고 베팅 후 결과를 기다리는 도박과도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소득세를 빼고 개인적으로 지불해달라는 인플루언서도 있다고 한다. 대표와 친분이 있으면 무가로 노출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는 “금액에 대한 제어 능력을 잃었다. 실패사례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돈만 쓰면 바이럴이 돼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규제나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