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조조타운’ 보면 미래 플랫폼 시장이 보인다

무신사, 빠른 성장률 앞세워 MZ시장 선점 조조타운, 경쟁상대 없는 무풍지대서 성장

2022-10-01     최정윤 기자
#A씨는 무심한 표정으로 펄럭한 청바지를 입고 양쪽 귀에는 에어팟을 꽂고 긴머리를 귀 뒤로 꽂고 길을 걷는다. 지하철을 타고 새로 생긴 향수 팝업스토어를 가는 길에 무신사 앱을 열어 무신사가 추천해주는 코디를 둘러본다. 나만 아는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유명한 브랜드와 협업했다는 소식에 품절되기 전에 기획전 페이지를 서둘러 클릭했다. 인기있는 M사이즈는 벌써 품절돼 아쉽지만 L사이즈를 샀다. 이번주 새로 올라오는 래플(추첨구매)은 신청할만한 게 있는지 둘러보면서 우선 보이는대로 응모 버튼을 눌러둔다.
무신사는 힙한 패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에 깔아두는 패션쇼핑앱이 됐다. 2017년부터 매년 매출 50% 이상의 성장폭을 보이면서 단순히 옷만 사고 파는 기능 이상의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무신사와 함께 언급되는 일본의 조조타운 또한 자신만의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힙한 패션앱으로 자리잡았다. 오프라인 위주로 구매가 이뤄진다는 일본 쇼핑문화 속에서 홀로 온라인 패션쇼핑 플랫폼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1030세대가 앱으로 몰려들면서 무신사와 조조타운은 메이저 플랫폼이 됐다. 무신사와 조조타운을 이용하는 주소비층은 MZ세대로, 무신사를 이용하는 1030세대는 80% 이상을 차지하고 조조타운 역시 이 비율이 78%에 달한다. 조조타운은 무신사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했고 성장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8년경에 안정적으로 온라인 패션시장에 안착했다. 브랜드 상품을 다른 유통채널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구매에 익숙한 1020 소비자들이 모여들었다.  여러가지 패션상품을 한 군데서 둘러보고 살 수 있는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 없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고, 순식간에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매년 50% 이상 성장률을 이뤄내는 무신사와 달리 조조타운은 동기간 성장률 20%를 넘기지 못했다. 조조타운을 만든 스타트투데이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는 2019년 소프트뱅크그룹 계열 야후재팬에 지분 30%를 매각하고 퇴임을 발표했다. 출시 10시간만에 23만개 예약이 밀린 개인맞춤 PB 브랜드 조조(ZOZO)는 생산이 늦어지고, 측정 후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1년만에 사업이 중지됐다. 이후 사와다 코타로 대표가 뒤를 이어 다시 코로나 이후 시대에 맞는 조조타운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무신사는 2018년부터 매년 59%, 103%, 51% 성장하면서 지난 3년간 약 4배의 매출을 기록했다. 조조타운은 동기간 3년간 49% 성장에 그쳤다. 매출 규모는 2020년 기준 3319억원인 무신사에 비해 약 5배인 1조 5700억원을 기록한 조조타운이 훨씬 크지만, 성장률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조조타운은 초기에 경쟁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에서 패션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 아마존 재팬과 라쿠텐, 큐텐 및 작은 패션쇼핑사이트가 온라인 패션시장을 나눠먹고 있다”고 전했다. 조조타운과 무신사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체제가 흔들리는 동안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매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조조타운이 고전했던 2018년에 무신사는 103% 성장률을 보이며 2019년 매출 2197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2017년에 매출 1조원을 자랑하는 조조타운처럼 매출 규모가 큰 쇼핑앱이 되기를 바랐던 무신사는 패션 콘텐츠 생산과 UX 디자인에 집중해 남다른 성장률을 자랑했다. 무신사는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 간 기획전을 주기적으로 제안하고, 매거진과 유튜브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에 MZ세대를 위한 놀이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조타운은 조조수트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조조매트로 발 측정을 시도했고 지금은 조조글라스로 피부톤을 측정해 화장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얼리 판매와 연계하는 손 전용 조조매트 포 핸드(ZOZOMAT for hands)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17년간 패션업에 종사하고 있는 카탈 디자인(Catal Design) 이경택 대표는 “아마존과 라쿠텐이 물건을 사기까지 과정이 단순해 인기를 얻고 있지만, 패션 단독 플랫폼에서 조조타운을 이길만한 곳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