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못 읽은 핸드백 빅3, 매출 반토막

MCM·루이까또즈·메트로시티 전성기 대비 42~65%까지 감소 시장 양극화에 샌드위치 신세

2022-10-22     최정윤 기자
브랜드 소비 양극화로 2000년대 핸드백 시장을 장악했던 국내 고가 핸드백 브랜드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000년대 성공방식은 2021년 소비자들이 보기에 가격, 디자인, 고객층 모두 어중간하다. 결국 과거의 영광은 2021년, 절반으로 꺾인 매출로 이어졌다. MCM, 루이까또즈, 메트로시티는 201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고 2020년까지 이어지는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고가 핸드백 브랜드의 정점이었던 2014년 대비 2020년 매출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루이까또즈 매출이 65% 하락하면서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메트로시티와 MCM도 약 절반 가까이 매출이 꺾였다. MCM은 약 6000억원이었던 매출이 3000억원대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명품 핸드백을 선호하는 소비행태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명품 핸드백은 너무 비싸서 못 사니 그보다 저렴하지만 괜찮은 브랜드를 사던 트렌드가 사라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고가 명품가방이 아니라면 휘뚜루마뚜루 들고다닐 2만원대 에코백이나 10만원대 합성가죽 가방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렇다고 신생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대체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핸드백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한 유통 관계자는 “라이징 브랜드는 SKU(Stock Keeping Unit)와 스타일 수가 심각히 적다. 백화점에서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데려오려고 해도, 신생 브랜드들이 단독 매장을 열기 부담스러워 해 주로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핸드백 업계가 이 형국을 벗어나려면 새로운 디자이너가 유입돼야 한다. 새로 런칭한 브랜드를 방문하면 여기서 일한 디자이너가 저기서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경력 많은 디자이너가 신규 브랜드에 가서 2000년대 성공방식을 주장하다 충돌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명품과 저가 브랜드 사이에 놓인 브랜드 인기는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산드로와 조셉, 바네사 브루노가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한 때 수입 브릿지나 명품 디퓨전 라인, 세컨브랜드, 매스티지 브랜드로 불리던 브랜드다. 갤러리아 이커머스 사업부문 관계자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필요한 필수품은 온라인에서 산다. 그러면 오프라인에서는 이런 브랜드들이 더욱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 된다”며 “게다가 잡화는 명품이나 희귀상품 리세일 영향도 크게 받는 분야라, 국내 브랜드 새 제품보다 중고 셀린느 핸드백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핸드백 공룡들이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이 아닌 ‘브랜드 포지션’의 문제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핸드백 스펙트럼에는 수많은 단계가 촘촘하게 놓여있고,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살 단계를 신중하고 섬세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루이까또즈 신경민 대표는 “소비자에게 사야만 하는 브랜드로 각인시킨다는 것은 억지다. 루이까또즈는 앞으로 디자인과 필요한 아이템을 만들어 놓쳤던 점을 보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브랜드가 소비자와 함께 존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국내 핸드백 브랜드 중 칼린은 빠르게 브랜드 포지션을 바꿔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주로 50만원에서 100만원대 핸드백을 판매하던 칼린은 2017년 가을 2030대를 대상으로 10만원대 후반의 미니백을 주력상품으로 출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칼린 측은 “디자인을 개선하고 브랜드 포지션을 재정비하자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HAGO 등 타겟층에 맞는 온라인 판매채널에 입점하면서 인지도가 급부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