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300만개 회수해 가방 8만개 만들었어요” -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언제 사든 무상 A/S 해드려요” 손해 무릅쓰고 원사업체와 협업 버려지지 않는 가방 주기 구축 원가절감은 분리수거 생활화로

2022-10-29     최정윤 기자
사진=최정윤
최초로 한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순환고리를 만들어낸 국내 기업이 있다. 흠집없는 삼다수 PET병을 모아 실로 뽑아내고, 다시 가방으로 만들어냈다. 버려지는 자투리원단 없는 니트공법으로 한손에 잡히는 아코디언 가방을 디자인했다. 플리츠마마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지자체, 생수업체, 원사업체, 니트업체, 브랜드사는 하나의 고리 위에 놓여 순환사이클을 돌리기 시작했고, 300만개 페트병은 가방 8만개로 다시 태어났다.

-왜 리사이클 상품은 새 공산품보다 더 비쌀까요. 소비자는 이렇게 비싼 가격을 부담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리사이클 상품의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새 상품을 만드는데 드는 돈은 리사이클 공정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새로 사는 게 훨씬 싸고 쉽고 편해서 환경위기가 도래했다고 봐요. 만약 그 반대였다면 지구 환경이 이렇게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지도 않았을 거란 말이죠.

리사이클 상품 원가를 절감하는 데는 소재 공동개발과 깨끗한 분리수거의 생활화, 선생산 후주문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플리츠마마는 원사 업체인 효성티앤씨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친환경 소재를 공동개발하고 있고, 리사이클 소재를 쓰지 않는 유사한 디자인 상품보다 10% 이상 저렴한 판매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브랜드도 원사업체-브랜드 협업을 이룬다면 비용절감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깨끗한 분리수거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세척하고 분리하는 공정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금의 이물질이 섞여도 섬유로 뽑아내기 힘들어, 사람과 기계가 모두 여러 번 세척하고 꼼꼼하게 확인하거든요. 무라벨 페트병이면 더욱 손질이 쉬워지죠.  상품 원가에는 재고 비용도 크게 작용하죠. 선생산 후주문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프리오더, 얼리버드로 불리는 선주문 후생산 방식이 확대돼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면 초기판매가 거품도 사라지고 버려지는 재고도 줄어들겠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원가가 더 비싸니 이해해달라고 할 순 없습니다. 스토리와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게 브랜드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재활용 상품의 순환사이클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습니다. 즉, 소비자 손에 들어가고 나면 상품의 주기는 거기서 끝나는 거죠. 다시 새로운 쓰레기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떻게 가방이 버려지기 전에 구조해 순환고리를 닫을 수 있을까요.
“우선 제작 단계에서 가방을 오래 쓸 수 있게 내구성을 높이고 있어요. 리사이클 가방이 새로운 쓰레기가 되면 안되니까요. 그리고 구매시점이 언제든, 얼마나 가방이 더러워졌든 상관없이 무상 A/S를 진행하고 있어요.

리사이클 상품이 멋지다는 이유로 사는데 그치는 소비 트렌드를 원하지는 않아요. 개인적 가치와 신념으로 산 가방을 버리지 않고 오래 쓰는 소비문화가 정착하면 좋겠습니다. 사실 완제품을 다시 원사로 복구해 새 상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설계 중입니다. 한 번 재활용한 상품을 또다시 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아직 한국 지속가능시장은 시작 단계입니다. 플리츠마마가 체계를 만들었던 초기에는 지금보다 더 척박한 환경이었을 겁니다. 어떤 마음으로 재활용 원사개발에 투자했나요.
“한국 시장은 시작 단계가 맞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시장이죠. 말씀하셨듯이 플리츠마마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국내에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았어요. 당시 저는 순환시스템이 마련돼있지 않은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컸어요. 만약 국내 폐PET병 리사이클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일반 시민에게 한번이라도 더 환경을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 거니까요. 자기 손으로 조심스럽게 분리수거한 PET병이 멋진 새 가방으로 재탄생한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때는 원사가 제대로 뽑히지 않아도 손해를 무릅쓰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다행히 원사 품질이 가방을 만들만큼 성공적으로 나왔습니다. 제주도에서 성공한 뒤로 서울 에디션도 만들었고, 지금은 여수항만공사와 협업한 에디션을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PET소재 리사이클에 치우쳐있는 경향이 있는데, 폐어망 같은 다른 자원을 리사이클 개발이 끝나 상용화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소재를 리사이클하는 다양한 시도가 보여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여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