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봄, 켄달 제너, 헤일리 볼드윈 등 패션 아이콘들이 하프 집업 스웻 셔츠를 입은 파파라치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은 앞다퉈 브랜드 로고를 왼쪽 가슴에 박은 하프 집업 스웻 셔츠 이미지를 공개했다. 가을, 상품을 확인하러 굳이 브랜드 매장에 가지 않고 서울 카페만 가도 가슴팍에 로고만 다른 하프 집업 스웻 셔츠를 입은 사람을 한 장소에서 모아 볼 수 있었다.
제품 획일화 만이 아니다. 국내외 패션 기업들은 복종도 획일화했다. 하루 걸러 하나씩 애슬레저 브랜드, 아웃도어 브랜드, 골프 브랜드 런칭 소식이 들려온다. ‘이 회사가 애슬레저 라인을?’ 시장에 팔리니까 하루 빨리 만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몰 브랜드들은 “국내 원단·부자재 시장도 한정돼있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 수급이 어렵다. 디자인이 달라도 같은 소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으니 비슷해보인다”고 이유를 꼽기도 했다.
최근 리셀·빈티지 시장의 급성장 수치는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반영한 지표로 읽을 수 있다. 미국 중고의류 유통업체 스레드업은 재작년 280억달러(약 32조원) 수준이었던 리셀 시장 규모가 2025년 640억달러까지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 소비·투자 취지의 구매도 많겠지만 많은 빈티지 소비자들은 “제품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디테일이 다르다”며 “요즘 옷은 왜 이렇게 안 만들까”라고 말한다. 패션 브랜드에서 오리지널리티는 이제 옛말이 돼가는 것 같다. 매년 트렌드에 발 맞추는 발빠른 브랜드들 사이 매해 오리지널리티를 쌓아가는 브랜드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