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동대문 패션 시장 버리는 카드인가
외면 받은 동대문 패션, 실상 모르는 탁상행정
90%이상 섬유패션 소상공인 밀집지역 협업 가능
뷰티 강조한 융합 특정개발진흥지구는 어불성설
20만명 소상공인이 있지만 지원 사각지대가 많아
2022-02-18 정정숙 기자
동대문 시장은 정부나 기업들이 숟가락 얹기 좋은 곳이다. 연 매출 10조원 이상이 거래되고 15~20만명의 소상공인이 집중돼 있어 정책을 이슈화하기 좋은 매력적인 상권이기 때문이다. 제조, 봉제 및 유통의 연관산업까지 합치면 50만명에 이르는 대표적 패션 산업 집적지다.
서울시가 지난 13일 DDP 일대를 뷰티산업과 한류 연계 문화 관광 콘텐츠 산업까지 포괄하는 ‘동대문 뷰티 융합 특정개발진흥지구’로 확장해 지구 지정을 재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산업·특정개발진흥지구는 면목(패션 봉제) 등 8곳이 지정돼 있다. 서울시는 신규 지구로 지정되면 시 차원의 취득세 감면 및 경영자금 지원과 지구당 평균 4억 원의 시 지원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혜택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구단위계획도 8년 이상에서 4년 이내로 단축하기 위해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일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993년 관광특구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02년 5월 동대문 패션타운(중구 광희동·을지로5~7가·신당1동 일원)으로 지정했다. 같은 지역을 놓고 특구 지정이 겹친 것이다.
그동안 동대문 시장 일대는 탁상 행정의 대표적 모델이 돼 왔다. 이번 뷰티 융합지구 지정도 마찬가지다. 패션관광특구에 주류인 패션을 빼고 뷰티를 키우겠다는 발상은 20만 소상공인들을 외면한 행정이다.
서울시는 2010년 ‘디자인·패션 특정개발 진흥지구’ 후보지(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지구 지정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던 DDP 일대를 뷰티산업과 한류 연계 문화·관광 콘텐츠 산업까지 포괄하는 ‘동대문 뷰티융합 특정개발진흥지구’로 확장한다는 입장이다. 경기침제로 벼랑 끝에 몰린 동대문 패션 종사자는 뷰티 특구지정에 어이없다고 전했다. 이 일대 뷰티 관련 업체는 10%도 안 된다. 뷰티 업종은 해외바이어가 선호하는 강남에 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중현 동대문 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장은 “동대문은 소상공인이 개미떼처럼 모여 수출과 내수를 형성하는 산업집단이다.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 발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며 “특히 메타버스, 쇼핑몰 등 IT 업체와 더해지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미래 산업을 이끌 산업 중 하나가 패션이다. 뷰티와 협업은 가능하지만 주종을 이루는 동대문 패션을 외면 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동대문 시장을 배경으로 숟가락만 얻은 사례는 많다. 지역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은 생사 기로에 놓인 섬유패션 소상공인들을 외면한 처사다. 현장 목소리가 빠진 정책이 동대문 성장을 저해하는 역설을 빚었다. 소량 개별주문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섬유패션산업을 스마트화하는 상징으로 내세운 모델인 위드인24가 대표적 실패사례다. 당시 시작 단계부터 업계 의견 수렴이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동대문 상황에 안 맞아 사업이 변경됐다.
또 동대문 상인들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속하지 못해 각종 지원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동대문 패션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단체, 법인, 조합은 소상공인연합회 정회원이 될 수 없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은 도매 상권 밀집 지역이지만 해외를 빼면 전국 소매상인들과 거래해 지방 지부가 필요없다. 그 때문에 소상공인연합회에는 정회원 50명~100명인 단체들은 회원사로 있지만 15만 소상공인을 대변할 수 있는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는 정회원이 되지 못한다.
이에 소상공인 애로가 정부에까지 도달하기 힘든 실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정외원은 활동범위가 9개 이상의 특별시, 광역시 등에 걸쳐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뷰티 특구지정의 경우도 엉터리 정책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국민 세금을 삼키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현실을 무시하는 사업은 실패의 악순환을 낳고 세금만 축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