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에도 스몰 브랜드들 사이에서 오프라인 편집샵의 악명은 자자했다. 재고를 책임지지 않는 위탁 구조에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짧게는 3개월 단위로 돌려보냈다. 매장에서 훼손된 제품은 마땅히 책임지지 않았다. 브랜드가 재고 파악을 요청하면 제대로된 수량 조회가 어려웠다.
한때 패션 디자인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Z모 편집샵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자”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졸업 후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점했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소비가 줄어들면서 온라인 시대가 도래했다. 스몰 브랜드들은 온라인에서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쌓았다. 자기만의 창구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냈다. SNS 페이지는 자사몰 역할을 충분히 했다. 콘텐츠가 확실한 브랜드들은 나이키처럼 굳이 오프라인 편집샵에 기대지 않아도 됐고 온라인 30%내외 수수료를 떼는 플랫폼 입점도 이제는 손해라고 생각한다.
스몰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 정립, 희소성에 대한 MZ 소비자들의 니즈가 확실해질수록 기존 유통 시장에서 강력했던 편집샵과 플랫폼의 파워는 점점 스몰 브랜드에게 넘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편집샵들은 해외 진출, 온라인 몰 확대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국내 물량에 본질적인 위탁 구조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10여년 전처럼 빠른 위탁 회전율을 고집하며 국내 패션 시장이 도태되지 않도록 기여하겠다는 말이 귀에 턱 꽂혔다. 여전히 스몰 브랜드들을 ‘돕는다’고 생각한다면 재기는 어려울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 오프라인 편집샵으로서 역할을 다시 고민해봐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