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는 미국 제101공수사단 Easy중대 병사들이 주인공인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드라마이다. 이지 중대는 1942년 미국 토코아의 공수병 훈련소로부터, 1944년 노르망디작전, 발지전투 등 유럽의 전장을 누비며 독일은 물론 오스트리아까지 진군하여 종전을 맞게 된다. 드라마의 중심 에피소드인 노르망디 작전에 그들이 투입되면서 사용했던 낙하산의 소재는 실크였다.
물체의 하강 속도를 지연 시키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도구를 낙하산(Parachute)이라고 한다. 드로그 낙하산(Drogue Parachute)은 공기저항을 이용해 달리는 물체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도구이다. 주로 착륙하려는 비행기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둘은 방향만 다르고 원리와 목적은 같다.
낙하산을 만드는 원단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얇되 질기며 가볍고 치밀해야 한다. 적어도 방풍 기능을 수행할 정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소재는 나일론이다. 하지만 나일론은 1935년에 발명돼 2차대전 당시 겨우 칫솔과 스타킹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지중대가 사용하던 낙하산 소재는 어떤 것이었을까?
1935년 이전까지는 지구상에 오로지 천연소재만 존재했다. 천연소재인 면, 모, 마, 견 중, 낙하산의 속성에 부합하는 4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소재는 실크(Silk)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일단 섬유가 충분히 가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지중대는 노르망디 상륙 전날, 유타 해변 후방에 미리 잠입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침투에 사용한 낙하산을 집에 가져가고 싶어하는 병사가 나오면서 낙하산의 소재가 밝혀진다. 물론 아무리 실크라도 염색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의나 잠옷 말고는 크게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옷이 매우 비싸고 귀했던 시절이다. 귀국한 공수부대원들은 낙하산의 실크로 염색이 필요 없는 거의 유일한 옷인 웨딩 드레스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낙하산은 어떻게 하강 속도를 늦출까?
낙하산은 어떻게 공수부대원의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직관적이고 쉬울 것 같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당혹스럽다. 사실 이 질문의 답은 대단히 심오한 과학이 관련되어 있다.
종단속도
종단속도(終端速度·Terminal velocity)는 상승기류가 없는 유체 속에서 낙하하는 물체가 그 물체에 작용하는 저항력과 부력의 합이 중력과 같을 때의 등속 낙하속도이다. 일반적으로 밀도가 작은 물체 예컨대 무게 대비 부피가 커서 공기저항이 큰 깃털은 종단속도가 느리고, 부피에 비해 무거운 쇠구슬은 종단속도가 빠르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뉴턴역학에 의해 물체가 낙하하면 중력 가속도에 의해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1초에 약 10km/h씩 빨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물체는 이론상 음속을 돌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지구는 대기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때문에 공기저항을 감안해야 한다. 낙하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공기 저항도 비례해 커진다. 결국 낙하속도가 공기 저항과 동일한 지점에 이르면 가속도는 멈추고 이후부터는 등속운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종단속도이다.
종단속도는 물체의 공기저항과 관계있다. 공기저항이 클수록 종단속도는 감소하게 된다. 공기저항은 물체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같은 부피라도 표면적이 큰 물체의 공기저항이 크다. 따라서 표면적을 부피로 나눈 값이 필요하다.
그것을 비표면적이라고 한다. 코끼리는 개미보다 종단속도가 훨씬 빠르지만 그것은 코끼리가 더 크거나 무겁기 때문이 아니라 코끼리의 비표면적이 개미보다 훨씬 더 작기 때문이다. 종단속도는 물체의 비표면적과 반비례한다. 사람의 종단속도는 시속 200km쯤 된다. 한편, 같은 비표면적이라도 공기의 마찰계수를 작게 하면 공기저항은 작아진다. 자세에 따라 공기저항도 달라지는 것이다. 제트기와 모터보트가 유선형인 이유이다.
비표면적
공기저항이 커지는 조건은 물체의 표면적과 상관관계를 이룬다.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부피는 작고 표면적은 큰 경우이다. 표면적을 부피로 나눈 숫자가 비표면적(Specific Surface Area) 이므로 결론적으로 비표면적이 클수록 종단속도는 더 느리다. 개미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된다. 개미는 비표면적이 매우 커 종단 속도가 시속 2~3km 도 안 된다.
낙하산의 과학
낙하산은 낙하하는 물체의 부피 증가 없이 표면적만 몇 배로 커지게 하는 도구이다. 그 결과로 비표면적이 크게 증가하고 이는 종단속도를 늦추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낙하산병의 종단속도는 시속 18km에 불과하다.